헤인즈 귀화 받을까 말까 … 농구대표팀 아직도 '작전타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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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애런 헤인즈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농구가 본격 출범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귀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유재학(51)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예비엔트리 13명이 19일 진천선수촌에 소집됐다. 여기에 외국인 귀화 선수는 없었다. 대한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KBL)이 공동으로 구성한 국가대표 운영위원회는 국제농구연맹(FIBA) 공인 대회에 귀화 선수 1명을 출전시킬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에 운영위는 한국 프로농구에서 6년 동안 뛰었던 미국인 애런 헤인즈(33·SK)의 귀화를 추진 중이다. 키 2m1㎝의 포워드인 헤인즈는 2008~2009 시즌부터 여섯 시즌 동안 평균 19.3점, 7.8리바운드를 기록한 ‘한국형 외국인 선수’다. 진효준 KBL 기술위원장은 “유재학 감독이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중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 중 한 명으로 헤인즈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농구 대표팀에 귀화 선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8월 아시아선수권 때였다. 필리핀·대만·카타르 등 경쟁국들이 귀화 선수를 통해 전력을 끌어올리자 유 감독이 “우리도 귀화 선수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준(36·동부), 문태종(39·LG) 등 2010 아시안게임 이후 활약했던 혼혈 귀화 선수를 넘어 순수 외국인 선수에게도 대표팀을 개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추진은 미적지근했다. 이상범 대표팀 코치가 지난 3월 미국에 2주간 머물며 적합한 선수를 찾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시간이 촉박해지자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과 접촉했다. 그렇지만 귀화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선수는 헤인즈뿐이었다. 거물급 에이전트와 꾸준히 접촉해 지난 3월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에서 뛰는 안드레이 블라체(28)를 귀화시킨 필리핀과 달랐다.

 농구계가 헤인즈의 귀화를 추진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국제 무대에서 헤인즈의 실력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헤인즈는 ‘코트의 악동’으로 낙인찍혀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프로농구 KCC전 도중 상대 가드 김민구(22)를 고의로 강하게 밀어 넘어뜨려 5경기 출장 정지, 벌금 5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2월에도 김승기 KT 코치에게 욕설을 해 제재금 300만원을 내야 했다. 한 프로농구팀 감독은 “실력뿐 아니라 도덕적인 면도 중요한 국가대표에 수차례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선수가 들어간다면 그 자체가 태극마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법무부 등의 심사를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헤인즈는 일반 귀화가 아닌 특별 귀화를 추진한다. 2010년 5월 도입된 우수인재 특별귀화제도는 체육회의 법제상벌위원회에서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부터 심사해 최종적으로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의 자격 심사까지 받도록 돼 있다.

 2011년 문태종이 특별 귀화를 통해 대표팀에 들어가고도 한국은 아시아선수권 3위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에서는 헤인즈의 귀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은 “시간이 없다. 조직력을 다져야 하는데 귀화 선수 한 명 때문에 대표팀 전체가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며 “기존에 귀화 대표 선수로 뛴 이승준·문태종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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