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무조건 마주앉아 대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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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김경철 특파원】박정희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여부에 관해『지금은 제도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미리 내가 출마를 한다, 안한다 하는 그런 얘기는 대의원들의 추천을 받기 전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고 말하고『따라서 나 자신의 거취문제도 내년에 가서 대의원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될 문제』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3일 저녁 9시부터 1시간10분간에 걸쳐 일본전역에 방영된「후지」「텔리비전」을 통해『현 단계로서는「카터」미국대통령과 가까운 장래에 만날 계획을 갖고있지 않으나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만날 용의는 있다』고 말했다. <질문·답변요지는 3면>
박 대통령 회견은「시까나이·노부다까」「후지·텔리비전」회장과 단독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남침 가능성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북한은 단독으로 남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그들이 단독으로도 언제든지 남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라고 말하고『그러나 그들이 단독으로 남침해 올 때에는 우리는 이를 충분히 저지하고 격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있고 그런 자신도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우리가 항시 염려하고 경계하고 있는 점은 그들 배후에 있는 중공과 소련이다』고 지적, 『일부 외국학자들은 중·소가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단독남침을 하더라도 중·소는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통일은 아직도 요원한 문제』라고 말하고『우선 당장 해야될 문제는 지금 남북간에 날카롭게 대립되어 있는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되겠다는 것이며 여기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어떤 전제조건 없이 남북이 마주앉아서 대화를 시작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국제적 보장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여하한 형태의 국제적 보장이라 하더라도 여기엔 선행되어야 할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서『무엇보다도 1차적으로 남북한이 서로 마주앉아서 대화를 하여 남북간에 가로 놓여있는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어떤 합의를 봐야된다는 것이 선행조건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박동선 사건에 대한 질문에『박동선은 우리 정부에 고용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제하고『어떻게됐든 이 사건 때문에 한미관계에 여러 가지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 점에 대해 또 관련자가 바로 한국교포라고 하는데 대해 우리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또 어떤 면으로는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우리로서는 이 사건에 대한 흑백이 가려져서 이 문제가 빨리 결말이 나는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로서는 국제관례와 우리 국내법테두리 내에서 지금까지 최대한 협조를 해왔고 앞으로도 최대한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일성과의 회담 가능성에 관해 박 대통령은『대화가 중단된 이후에 일어난 북한의 도발행위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그런 기본적인 자세를 고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김일성과 만나서 얘기해봤자 실제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고 실효도 기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대중씨 문제에 대해『국내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합법적 절차에 의해 수감되어 있는 것이며 이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정부의 방침은 설령 그런 범법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본인들이 자기들이 저지른 과오를 뉘우치고 또 개전의 정이 보인다면 관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고 그동안에도 관대한 조치를 받아서 석방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방문 의향을 질문 받고는『언제 적당한 시기에 한번 방문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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