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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입의 60%를 석유로 번다-노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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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계 침을 10년 뒤로">'
비행기가 「노르웨이」의 서울 「오슬로」에 닿는다. 그러면 「스튜어디스」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이렇게 흘러나온다-. 『예정대로 「오슬로」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의 시계바늘을 10년 뒤로 돌리십시오.』
「스웨덴」 사람들은 곧잘 이런 익살을 떨며 자기들보다 뒤지고 가난한 이웃 「노르웨이」를 놀려 됐었다. 사실 지금까지 그게 전혀 엉뚱한 농이 아니기도 했다.
그러나 사정은 조금만 있으면 딴판으로 달라지게 됐다.「오슬로」에 닿으면 시계바늘을 오히려 거꾸로 앞당겨야 할지도 모른다.
늦어도 10년만 있어 봐라. 잘 사는 건 「노르웨이」 쪽일거고, 그것도 그저 「스웨덴」보다 잘 살게 되는게 아니라 세계에서 으뜸가는 부자가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바다 밑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게된 덕이다.
도대체 서울의 반 만한 4백만 인구가 석유만도 자그마치 20억 톤을 깔고 앉았다. 게다가 천연「가스」가 2백70억입방m. 그것도 지금까지 유전 일부에서 확인된 것만을 따져서 그렇다니까-.
또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나라 사람들에게 그런 건 꿈같은 얘기였었다. 석유란 그때까지 물론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었다. 그저 물만 있는 줄 알았던 북해 한복판에서 『석유가 나왔다』는 기막힌 소식이 처음 전해진 건 68년. 그후 줄기차게 터져 나온 석유는 그후, 또 5년 후인 73년에는 그 양이 이 나라의 하루 소비량을 넘어서게 됐고, 10년이 채 안된 지금엔 국내에서 쓰고도 남아돌아 한적했던 이 북구의 소국은 떠들썩한 석유 수출국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작년 한해 13억불 수출>
작년 한해에 수출된 액수만도 66억 「크로네」 (약 13억「달러」). 인구수에 견주면, 그건 우리 나라가 그 높은 1백억「달러」의 고지를 20억「달러」나 더 넘은 것에 맞먹는다.
그러나 그건 앞으로 개발될 잠재된 덩어리에 비하면 아직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작년 한해 벌써 1억「배럴」을 퍼내 세계 50대 유정의 하나로 손꼽힌 「에코피스크」, 그보다 더 커 2억7천만 톤의 석유와 5백억입방m의 「가스」가 깔려 있는 「스타트요르」, 천연「가스」 매장량으론 세계 최대인 것으로 알려진 「프릭」「가스」 유전, 그리고 이밖에 그 상업성이 확인된 「프렌트」 등 대소 유전에서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이 천연의 「에너지」원은 이루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무한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 큰 유전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위 62도 선 북쪽은 아직 손도 안됐다.
62도 선 이남에서도 3백15개로 나눠진 광구 중 3분의 2는 개발 회사들에 분할 배정 안된 채로고.
그러나 「노르웨이」로서는 정말 팔자 좋게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미 생산 중에 있는 4개 유전들의 매장량만도 석유 8억4천만 톤에 천연「가스」 5천2백억입방m. 거기에서 78년 한해에 수출될 석유만 따져도 국내 총 소비량의 7배가 넘는 7천2백만 톤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미 1963년5월 근해 대륙붕에 주권을 선포해 놓은 다음 정부가 주도해온 유전 개발 계획은 나라의 크기에 비례, 또는 나라의 크기로 인해 과감했고 성과도 컸다.

<헤아릴 수도 없는 유전>
약 1백 광구에 달하는 초기의 개발 「라이선스」 중 「노르웨이」 정부가 가진 이권은 겨우 5%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개발의 기초 단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외국계 대회사들에 과감하게 넘겨주었다. 개발의 이런 과정에서 「노르웨이」측이 이 노다지 중 자신의 정당한 차지를 소홀히 할 리 없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실상 정부는 72년 「스타토일」이라는 국영기업체를 설립, 이 사업에의 입체적 참여의 폭을 넓혀 왔고, 최대의 유전 「스타트요르」를 포함한 후속 개발 광구들의 경우 그 폭은 50%를 넘게까지 확대시켰다.
이에 방대한 자본이 투입됐음 물론이다. 작년 한해 동안에만도 각종 유전 개발 시설들에 투자된 몫을 국내 총 고정 자본 형성의 20%나 됐고, 그것은 앞으로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직접 참여뿐만 아니라 정부는 세제·「로열티」 협정 등을 통해 유전에 연결된 수익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고 이런 국가 재정 수익의 폭은 석유·「가스」 총 판매 대금의 57% 내지 66%에 달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 뿐만 아니라 석유 채굴에 관련된 각종 시설의 생산 공급이나 석유 계열 화학 공업의 개발 등등 그 부대적인 혜택까지를 아울러 친다면 그 실익의 총체적 숫자를 듯 것도 없이 「노르웨이」 사람들이 속된 말로 돈방석 위에 앉게 됐다해도 과장일게 없다.

<실업자 없는 복지 사회>
실상, 이미 거의 유례없이 완전 고용 (76년 평균 실업률 1·3%)을 누려온 「노르웨이」로서는 갑자기 돈더미가 쏟아져 들어오는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오히려 거추장스런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유전의 개발도 일부러 그 속도를 늦추어 서서히 한다는 것이다. 그 많은 돈을 생활 「패턴」의 안정을 해침 없이 쓸 수 있는 방법부터 궁리하며 벌자는 거다.
그렇더라도 「노르웨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 (GDP)에서 이미 75년 미국을 다라 잡았다.
선진 공업 국가 군에서 아직 「노르웨이」보다 높은 것은 「스웨덴」과 「스위스」 두 나라뿐. 그러나 75∼80년 동안 이들 두 나라의 성장률이 3·5%일 것인데 비해 「노르웨이」는 7·5%의 율로 성장할 것이라는게 OECD가 보는 권위 있는 관측이고 보면 「노르웨이」가 늦어도 앞으로 10년 내 세계에서 제일 가는 부국이 될 것은 확실하다고 해도 전혀 어림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끝.>

<노르웨이 현황 (76년)>
▲면적=32만4천평방km
▲인구=3백99만명
▲GNP=3백13억달러
▲1인당 GNP=7천6백85달러
▲수출=83억22만달러
▲수입=1백13억6천8백만달러

<「세계의 부국」…지금까지의 차례>
1. 국토의 40%를 창조한 「네덜란드」의 간척
2. 시계의 「스위스」…한해 2억3천만개를 만든다
3. 『전쟁과 평화 모두가 고객』 「벨기에」 병기 공장
4. 「네덜란드」의 꽃, 1년 7억「달러」나 수출
5. 「스위스」의 BBC 발전기로 「유럽」 정복
6. 『산유국의 눈치 볼 필요 없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네덜란드」 국민
7. 「초음속의 미아」 「콩코드」로 과시한 「프랑스」의 항공 산업
8. 「라인」 기적의 역군 서독의 「강산 수송 함대」
9. 35만 농민이 50억「달러」를 수출하는 「덴마크」 낙농
10. 최고만을 만드는 「덴마크」의 공업
11. 「유럽」의 우등생을 만든 서독의 「게르만」 기질
12. 수출 40억「달러」의 「스웨덴」 삼림 산업
13. 서독의 힘-「게르만」의 규율과 질서
l4. 석유제왕-「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15. 「오일·달러」로 현대화하는 「아부다비」 토후국
16. 좁은 시장, 자원 빈곤을 이겨 낸 「스웨덴」의 다국적 기업
17. 「벨기에」 수출 공업을 이끄는 「코크릴」 제철
18. 번영 미국의 혈맥-철도
19. 『절약운동은 엄살』-무진장의 미국 석유
20. 불모동토의 검은 혈액 미국 「알래스카」의 송유 「파이프」
21. 심은 만큼만 베어 내는 「캐나다」의 삼림 정책
22. 믿음과 현실의 결합 미국의 「교회 기업」
23. 구주 소국 「룩셈부르크」의 「철강왕국」
24. 미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컴퓨터」 산업
25. 외교 무기 구실도 하는 200억불의 미국 밀농사
26. 대중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 「월·스트리트」
27. 「무형의 부」-「프랑스」의 「소르본」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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