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 발전에 더없이 유용한 자료|중국 도서 『무구비재총서전집』을 기증 받고|손희식 (국립도서 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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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10월31일∼11월9일까지 국립 중앙 도서관에서 전시한 바 있는 「중국 현대 도서 및 서화전」 전시 도서 중 일부를 지난 11월9일 중앙일보·동양방송으로부터 기증을 받았다.
기증 도서는 중화민국 국학 총서 중 일부인 무구비재전집 8백74책으로 「논어」 「맹자」 등 사서의 일부와 「노자」 「열자」 「장자」 등 제자백가서 중 일부로서 우리나라 삼국시대부터 조선후기에 이르기까지 정치·문화·사상사에 모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값진 경서류 들이다.
논어류에는 「논어고의」 「논어사전」 「논어어유」 등 1백 40종으로 그 중에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해지는 「고본논어집해」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위나라 하안이 한대 제가의 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송의 형병의 소를 덧붙이고 있다.
또 「논어의소」를 비롯하여 송판인 「논어주소」와 원판인 「논어집해」도 들어 있다.
그밖에 「사법표」 「제자 목록」과 근대 학자들이 논어에 대해 분석 평가한 「논어징비」 「논어집해고리」 등은 유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데 중요한 문헌들이다. 공자사상의 중심이며, 동양 사상을 이룬 「논어」는 인의 도를 설명하고 덕의 정치를 주장하여 후세 정치 교육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맹자류에는 「맹자백문」 「맹자주소」 「맹자찰기」 「맹자조주」 등 7종으로 이중에는 맹자의 사상 중 왕도 정치에 있어 민의의 존중과 역성 혁명에 대하여 상세하게 기술된 「맹자정의」 15책이 곁들여 있다. 남송의 주자이래 사서의 하나로 공자의 도와 인의를 설하고 춘추제국의 제후 제자와 문답한 내용의 기록을 분석 해설한 책들이다.
노자류에는 위징의 「노자치요」, 동사정의 「도덕진경집해」, 초횡의 「태상도덕보장익」 등 3백6종으로서 도교 사상에 대한 자료의 총집성이다.
이중에 「노자 강의」 등은 유교의 예제와 실천 도덕 등이 생활에 불필요한 것이며, 난세가 되는 것은 지식을 지나치게 구하기 때문이라고 하여 무위자연의 도에 따르면 사회는 평화롭고 국민들은 행복하게 된다고 하였다.
「태상도덕경천주」는 태고의 황제시대를 이상으로 하여 이른바 황노의 도를 창시, 도교의 경전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열자류에는 열어구의 「열자」 11권을 비롯하여 장담이 주한 「중허지덕진경주」「열자주」, 장지순의 「열자청화록」, 간절본으로 위징의 「열자치요」 등 86종이다. 이중에는 주희의 「열자잡논」과 유종원의 「변열자」도 들어 있다.
장자류에는 장주의 「남화진경」을 비롯하여 곽상의 「남화진경주」, 마총의 「장자의림」, 방이지의 「약지포장」, 라진왕의 「남화진경잔권교감기」 등 l백1종으로서 특히 「남화진경」은 내편 7·외편 15·잡편 11로 편찬되어 있는데 주로 장자의 근본 사상을 따라 자연 철학을 제창했다.
동양 사상의 원천을 이루는 이 책들은 우리 문학에 직접 간접으로 힘입은 바 매우 크다. 기원전 4세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대 사상가들의 주·해평·논 등 관계 문헌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편집한 자유중국 당국의 노고며, 필요에 따라 영인을 곁들여 출간한 방대한 기획은 대견한 일이다. 뿐더러 우리 도서관에 기증해 준 중국 대사관 및 중앙일보·동양방송에 사의를 표한다.
이번 기증된 책들이 우리나라 국학계의 발전을 위해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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