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더 뛰면 일 국제경쟁력 약화 불가피|고야방언(다까노 구니히꼬)<일 「프레지덴트」지 편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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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적중한 카터 전략>
9월 하순 1「달러」당 2백 66「엔」에서 시작한 「엔」고 소동은 2개월 후인 11월말에 겨우 진정화로 향하고 있다. 한때 2백 40「엔」대를 끊을 듯이 보였던 「엔」투기세도 「후꾸다」(복전) 내각이 대폭 개각을 단행, 「엔」대책에 강력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평정을 되찾고 11월 30일에는 2백 45「엔」정도로 회복된 것이다.
급격한 「엔」투기가 일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미 일 경제관계의 악화에 있다.
금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3백억「달러」선에 이를 것이 확실하다는 기본적 상황과 당초의 전망을 훨씬 웃도는 일본의 흑자가 정면으로 대립한 것이 그간의 사정을 말하고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두 가지 뜻에서 미국의 대 일 감정악화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그 하나는 일본의 수출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산업계의 반발이며 또 하나는 내년에 중간선거를 맞고있는 「카터」정권이 그 지지율의 저하, 의회운영의 곤란을 타파키 위해 채용한 전략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내부에서 기세가 거세어지고 있는 보호주의를 설득하기 위해 「엔」과 미 일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정면으로 묶어 올린 것이다.
좀더 추측해보자면 한국문제가 미국의 정쟁에 말려든 것과 비슷한 뜻으로 일본의 「엔」도 또 「스케이프·고트」의 하나가 된 것 같은 의혹이 있다.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대응할만한 전략적 자세가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그 동안 불황여파로 수입은 늘어나지 않은 대신 수출 「드라이브」만이 두드러져 미 일 무역 불균형이 확대됐고 쓸데없이 「달러」를 누적시켰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같은 두 가지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엔」의 대 「달러」 적정선이 어느 선인가 하는 것이 까다로운 문제다.
일본의 수출산업이 파멸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레이트」는 2백 60∼2백 65「엔」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고 「스미소니언·레이트」를 기준하면 서독 「마르크」는 40% 절상되어 있는데 일본 「엔」은 아직 30%로 절상되지 않은 셈이어서 「마르크」와 동율의 절상이 필요하다면 2백 20「엔」대가 타당하다고 하는 것까지 「적정」의 폭은 넓다.
도매 물가 상승율의 격차 면에서 본다면 2백 60 「엔」정도가 적당하다는 견해가 성립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2백 40「엔」대에서는 섬유·잡화를 중심으로한 대부분의 경공업은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 출혈적자가 불가피하게 되고 수출산업으로서의 존립이 위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적정이윤을 유지하면서 수출을 할 수 있는 상품은 자동차·시계·「카메라」·가전품목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기타제품은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하거나 아니면 가동율 제고에 의한 증산효과로 겨우 손실을 「커버」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오일·쇼크」 이후 수출에 의존. 가까스로 회복과정을 걸어온 일본경제는 경기회복의 중요한 지주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신내각이 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정세는 지극히 심각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적자공채의 발행 이외에 재정적 여유가 없다.
최근 불황심리를 부채질하는 「증세」는 논외로 하더라도 「후꾸다」 수상의 당초목표 「적자국채 30% (예산 대비)」라는 원칙은 당연히 깨지지 않을 수 없다.

<불안한 내년 유가>
둘째 설령 재정적 조치가 갖추어졌다고 해도 오늘의 일본경제로서는 승수효과가 적어서 괄목할만한 결과를 얻기 의해서는 거액의 공공지출 또는 감세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떤 조치를 취하든 「인플레」에로의 길을 열게 된다.
세째 「흑자 감소」대책으로서의 수입 확대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세인하(동경 「라운드」의 조기실시)는 물론 비관세장벽의 철폐, 나아가 유통을 포함한 산업구조의 전환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의 대 일 요구 가운데는 원연료 등의 비축이라는 일시적인 흑자감소 보다는 공산품 수입의 확대를 더 중시하고 있다.
요컨대 무역구조의 변혁까지 요구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강력히 저항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여기에 응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신내각이 변혁에 수반하는 국내의 저항압력을 어느 정도 수습할 수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네째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구조불황, 「엔」 불황하의 일본의 경기를 어디까지 자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2조「엔」에 이르는 특별경기대책은 「엔」고에 의해 효과가 대폭 감살되었다.
새로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새 예산이 어느 정도 대형경기대책이 되느냐 하는 것이 초점이 되고있다.
그러나 일본적 환경 중에는 대책은 언제나 소극적이고 때늦은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엔」고에 의한 수출계약감소가 수출실적에 반영될 78년 3월에는 수출의 저조가 표면화 할 것이다.
수입이 그다지 감소되지 않는다면 흑자는 현재이상으로 누적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아직 불확정 요소인 원유가가 내년에 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크고 흑자감소는 이에 의해 촉진될 것이다.

<미의 경기가 열쇠>
그리고 미 일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고 하면 「엔」은 중기적으로는 2백 40∼2백 50「엔」의 범위에서 머무를 것이나 원유가 인상폭 여하에 따라서는 2백 60「엔」선까지 싸질 가능성도 있다.
또 한가지 주목되고 있는 점은 「엔」고와 산업전환에 수반하여 일본기업의 대외투자가 적극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의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해도 미국의 경기는 내년 후반기에 가서는 「슬로·다운」될 우려가 크고 이것이 다시 미 일 관계의 악화를 유발시킬 우려가 있다. 일본은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내년에 다시 「카터·쇼크」에 휘말려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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