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내사령탑 이완구 세월호 수사 부족 땐 특검 당연 국조·청문회 동시 진행은 곤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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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08면

최정동 기자

새누리당 이완구(64·사진) 신임 원내대표는 몸을 낮추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16일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진정 어린 사죄가 우선”이라며 ‘진정성’이란 단어를 몇 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 “선거엔 왕도가 없다. 최선을 다하면 국민도 우리의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고 했다.

충청권 출신 첫 여당 원내대표 vs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4명이 경선을 벌인 데 비해 새누리당은 합의 추대했다.
“동료 의원들이 합의 추대한 건 워낙 엄중한 시기이니 당내 계파를 추스르라는 차원에서 부족한 나에게 맡겨 주신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 능력보다는 정황적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요즘 밤잠을 설친다. 원내대표에, 게다가 당 대표가 공석이라 그 역할도 임시로 해야 하고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까지. 거지한테 갑자기 열쇠 세 개가 생긴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여기에 세월호 정국까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새누리당 충청권 첫 원내대표다.
“충청도가 묘하다. 나대지 않고 차분하다고 해야 할까. 중용의 면도 있고 한편으로 피동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충청의 정치적 지형도 바뀌니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여권에서 처음이라는 건, 그만큼 충청권이 소외됐다는 의미 아닐까.
“그 얘긴 그만했으면 좋겠다. 지역 의미를 크게 두고 싶진 않다. 손바닥만 한 나라에서 남북으로 갈렸는데, 거기서 또 영남·호남·충청이라고 구분하는 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구도다. 미국에서 7년간 살았지만 우리처럼 지역색이 강하진 않더라. 난 충남지사 하면서 한번도 출신 학교가 어디인지, 출신 군이 어디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거 염두에 두고 인사한 적이 없다.”

-야당에선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디 한번 보자. 오늘 국정감사 하고, 내일 국정조사 하고, 그 다음 날 청문회 하고, 또 상임위 열고, 특별위원회 하고…. 이걸 동시에 하자는 거 아닌가. 이게 말이 되는가. 대상이 똑같다. 불러올 사람이 똑같다. 증인도 참고인도 관계 공무원도. 현실성 없는 얘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해선 안 된다. 국회 메커니즘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요구해선 안 된다. 가장 합리적이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부족하면 당연히 특검을 할 수 있다. 조금도 피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다만 이걸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정말 나라 망한다.”

-대통령 담화엔 어떤 내용이 담겼으면 하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 올인해 왔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의 깊은 생각을 어찌 알겠는가. 미리 앞질러 간다는 건 조금 경솔한 것이고. 다만 진정성 어린 반성과 사과, 사죄의 토대 위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검토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알다시피 세월호 사건은 60년 고도 압축성장 과정에서 쌓인 적폐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다. 국가 개조 차원의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총리 인선 등 개각을 예상한다면.
“개각이야말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박근혜 정부 1년간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국민의 상처가 워낙 크니 개각 얘기도 나오지만 섣부른 예단은 적절치 않다.”

-지방선거가 20일도 안 남았다.
“여러 번 선거를 해 봤지만 이번 선거는 정말 당혹스럽다. 하나 분명한 건 우리 국민은 지혜롭다는 거다. 매를 들 때 들더라도 나름의 현명한 판단을 한다. 지금 국민은 상처를 받았고 분노하고 있다. 우리 당은 진정성을 담아 사죄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번 사고는 60년 적폐가 쌓여서 터진 거다. 박근혜 정부는 1년 남짓밖에 안 됐다. 물론 그것으로 책임을 면해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니다. 미리 예방하지 못했고 수습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보인 점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깊은 사죄를 드리고, 정말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고, 여기에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는다면 국민의 화도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참담한 결과는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끝까지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할 뿐이다.”

-본향인 충남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지원할 것인가.
“물론이다. 정 후보는 전 국회 사무총장이었고, 지난 정권에선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으며 3선 의원이었다. 국정 운영에 있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하신 분이다. 도정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믿는다. 안희정 현 지사가 지난 4년간 뭘 했는지 충남도민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 본다.”

-충청권 맹주 자리를 놓고 이완구 대 안희정의 대결구도라는 분석도 있는데.
“나는 그저 돕는 입장이다. 후보도 아니다. 너무 앞서간 말 아닌가. 그리고 난 도지사도 했고 3선 의원에 국가기관에도 40년간 있었다. 반면 안 지사의 공직 경험은 겨우 4년뿐이다. 둘을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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