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선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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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29면

인도는 흔히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인구가 12억3639만 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 다당제와 보통·비밀·직접 투표를 바탕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4월 7일부터 5월 12일까지 9단계를 거치며 전국적으로 치러진 제16대 총선에서 8억1450만 유권자의 66.38%가 투표했다. 5억400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가해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선거로 기록됐다.

인도는 통상 비슷한 정치성향의 정당이 연합해 선거를 치른다. 이번 선거에선 인도국민당(BJP)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연합인 국민민주동맹(NDA)이 승리했다. 31.1%인 1억7145만 표를 득표하고 전체 543석 중 337석을 차지해 압승했다. 집권당이던 중도우파 인도국민회의(INC)가 이끄는 통일진보동맹(UPA)은 19.4%인 1억676만 표를 득표해 59석 확보에 그쳤다. BJP 단독으로 역대 최다이자 과반인 282석을 얻었으며 INC는 44석으로 몰락했다. BJP의 나렌드라 모디(64)가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인도에는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가 29개나 되며 이 가운데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도 13개나 된다.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지만 모국어만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따라서 모든 정당은 기호를 사용한다. 문자해독률도 2011년 기준 74% 정도여서 문맹자의 권리를 위해서도 기호가 필요하다.

지난 3월 12일 인도선관위에는 전국정당 6개와 지역정당 47개, 군소정당 1563개가 등록됐다. 서로 다른 3개 주에서 국회 의석의 2%(11석) 이상을 차지하거나, 국회의원과 주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4개 이상의 주에서 6% 이상을 득표하거나 4석 이상의 국회 의석을 확보하면 전국정당으로 인정받는다.

전국정당 중 힌두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BJP는 상징이 연꽃이다. 1980년 설립돼 98~2004년 보수중도 정당연합인 NDA의 핵심으로 집권해 연정을 주도했다.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했으나 이웃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과 잦은 마찰을 벌였다. 이에 따라 인도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무슬림(이슬람 신자)은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를 바탕으로 하는 BJP 정권의 탄압을 우려한다.

INC는 손바닥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식민지 시대인 1885년 설립돼 자치를 요구하는 스와라지 운동, 국산품을 장려하는 스와데시 운동을 벌이며 독립운동을 이끈 정당이다. 1920년대 마하트마 간디도 대표를 지냈다. 1947년 독립 이후 첫 선거에서 승리해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1889~1964)도 배출했다. 독립 이후 15차례 치러진 총선에서 6차례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4차례 연정을 구성해 모두 49년간 정권을 이끌었다. 네루와 그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1917~1984), 외손자인 라지브 간디(1944~1991)가 총리로서 모두 36년을 집권했다. 가문을 이어받은 라훌 간디(44)가 이번에 가문의 4대 총리를 노리다 좌절했다.

1999년 인도국민회의에서 분리한 국민회의당(NCP)은 10시10분을 가리키는 아날로그 시계를 상징으로 쓴다. 카스트 제도 철폐를 주장하는 중도좌파 대중사회당(BSP)은 코끼리가 상징이다. 1925년 창당된 인도공산당(CPI)은 옥수수와 낫, 1964년 CPI에서 이탈한 급진파들이 결성한 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파(CPI-M)는 낫·망치·별이 각각 정당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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