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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가 강창원씨 유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10월25일 71세로 작고한 공예가 강창원씨의 건칠 유작전이 29일∼12월4일 신세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출품은 15점 남짓하지만 다시 보기 어려운 유작들이다.
강씨는 화려하면서 의롭게 살다간 작가의 한사람이다. 그의 칠기 공예 작품은 매우 공이 들고 고급의 것이어서 작품이 숫적으로 적고 또 대중의 폭넓은 호응을 구하지 못했다. 그의 뛰어난 솜씨는 명성을 떨쳤음에도 그의 생애는 시종 파란만장하고 외로왔다.
건칠이라는 특수성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목공품에 옻칠하는 것이 아니라 베 헝겊에 몇 겹 옻칠을 덧입혀 그릇을 만드는 수법. 옻칠 자체는 검지만 거기에 색깔을 넣고 혹은 자개를 박아 다양한 무늬를 나타내며 숯가루를 연마함으로써 특유의 윤택을 갖게 한다.
이것은 한국에서 적어도 1천5백년의 역사를 가진 공예 기술인데 근래엔 거의 단절되다시피 하여 일반적으로 그 좋은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
그는 만년의 재기를 위하여 안간힘을 썼고 또 주위에서 그를 도왔다.
그러나 한말이나 일본의 왕실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수상했다는 젊은날의 영예를 되새길 뿐 그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한국 건칠 공예의 불행이기도 하다.
경남 창원 태생으로 일본 상야 미술 학교를 나와 선전에서 각광을 받았고 해방 후 이대 교수로도 있었지만 동란 후 방랑생활.
70년대에 들어 폐인 상태에서 재기, 73년엔 국전 초대 작가상까지 받았으나 고독하고 가난한 작가 생활로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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