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트」전용기를 잡아라"-미 3대 TV의 치열했던 보도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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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다트」「이집트」대통령의 「예루살렘」방문은 「닉슨」전대통령의 72년 중공방문보다도 한층 큰 역사적인 사건이다. 「사다트」의 이번 역사적인 행차에는 미국전파 「미디어」의 3거두 「월터·크론카이트」(CBS방송), 「존·챈슬러」(NBC방송), 「바버러·월더즈」(ABC방송)가 직접 출동하여 정상급의 경쟁을 벌이면서 그들의 체신에 걸맞지 않게 가벼운 속임수까지 가미하여 찬사와 비판의 소리가 범벅이 되어있다.
「사다트」의 「이스라엘」방문이 하나의 「희망」으로 거론되고 있을때 그것을 「뉴욕」에 앉아서 현실로 만들어버린 것은 「월터·크론카이트」였다. 「존·챈슬러」와 「바버러· 월터즈」는 「사다트」의 「예루살렘」도착을 현지보도 하기 위해서 「벤구리온」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크론카이트」가 「사다트」전용기에 동승하기 위해 「카이로」로 떠난 것을 알았다. 두번 생각할 여유도 없이 「챈슬러」와 「월터즈」는 「카이로」로 날아가서 「크론카이이트」의 특종을 막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까지 가는 동안 이 「빅·드리」(3거두)는 따로따로 「사다트」와 기상 「인터뷰」를 가졌다.
진짜 취재경쟁이 불을 뿜은 것은 「이스라엘」에서다. 「바버러·월터즈」가 여성이라는 강점까지 발휘하여 「베긴」을 졸라서 그로 하여금 「사다트」를 설득하여 함께 「월터즈」의 「카메라」앞에 앉기로 됐다. 「월터즈」도 「사다트」와 「베긴」을 함께 앉혀 놓고 29분 동안 「인터뷰」를 하고 그것으로 「사다트」방문 취재경쟁은 ABC의 승리로 끝장이 난다고 판단했다.
그런 사실을 「크론카이트」가 뒤늦게 알았다. 물론 「예루살렘」과 「워싱턴」의 시차 때문에 「월터즈」의 회견이 아직 방영은 되지 않았다.
「크론카이트」는 「사다트」대통령과 「베긴」수상의 보좌관들에게 호령을 했다. 결국「사다트」와 「베긴」은 다시 「크론카이트」의 「카메라」앞에서 나란히 앉지 않으면 안됐다. 「크론카이트」는 회견을 끝내고 「사다트」와 「베긴」에게 『자, 이건 됐고, 그런데 이것 말고 「바버러·윌터즈」에게 베푼 특혜는 없소?』라고 진반 농반으로 물었다.
ABC방송은 「크론카이트」역시 「사다트」와 「베긴」이 공동회견을 한 것을 알고는 미국시간으로 일요일 저녁 10시45분으로 예정했던 방영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하오5시50분에 그 일부를 내보냈다. CBS는 비상조치로 60분짜리 인기「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시간에 「크론카이트」의 회견을 방영했다. NBC방송의 「챈슬러」혼자만 「사다트」-「베긴」공동회견을 갖지 못했다.
미국의 전파「미디어」의 황제들은 외국국가 원수들을 시종 부리듯 하는 인상이다. 그것은 미국의 국력과 3대 「네트워크」의 막강한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21일 「크론가이트」가 역사를 만드는데 참여하면서 자신의 위치가 「사다트」대통령과 「베긴」수상 같은 역사의 주인공의 위치와 동일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다트」대통령이 「예루살렘」의 무명용사비에 헌화할 때 「크론카이트」는 계속 화면에 나와서 해설을 한 것이 전파「미디어」의 위력에 질투를 느끼는 신문들의 비위를 긁어 놓은 것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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