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의 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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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가 동양화라고 부르는 것을 중공에서는 국화라고 한다. 물론 산수화며 화조도며 하는 본묵화 전체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화조도의 으뜸가는 화가로는 중공에서 진대우를 꼽는다. 그의 작품에 『영춘』이라는게 있다. 힘찬, 모습의 암탉을 그린 그림이다.
이게 사인조의 눈에 거슬려 혼이 난적이 있다. 『독을 쳐들고 흉악해 보이는 새다. 눈이 표독스럽고 꼬리가 치켜 올라 있으니 도시 무슨 음모를 꾸민다는 뜻이냐.』그러니 이건 국화가 아니라 흑화라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이 그림뿐만 아니라 진대우 자신도 매장되었다. 다행히도 4인조가 쫓겨난 다음부터 다시 중공의 미술계는 새「붐」을 맞기 시작했다.
이른바 「국화」가 활개를 펴게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백화제방」이라 하더라도 이미 중공에는 수묵화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동양화는 없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도 동양화는 없다. 그저 일본화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전세계를 통해 동양화가 아직도 살아 남아 있는 것은 실상 대만과 한국뿐인 것이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는 것도 같다. 당초에 수묵화란 동양의 풍토와도 관계되어 있다.
하천이 많고 습윤한 풍토에다 온후한 기후로 사람들이 물에 대해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게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물기를 담뿍 담아, 농담의 변화를 찾는 기법이 발달된 것이 아닐까.
남종화와 북종화로 갈라진 것도 중국대륙의 자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곧 중국대륙의 북부는 산세가 험하고 급한 계류가 많은 웅장한 풍경들이다. 여기 비겨 남부는 물이 많고 산수가 수려하여 모두 부드럽고 완만한 선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래서 사람들의 감각이며 성정도 달라지고 화풍이며 기법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리라.
이렇게 보면 우리 나라에서 남종화가 특히 발달되고 날카로운 선을 중요시하는 백묘화보다 면의 묘사에 중점을 두는 수묵화가 특히 발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보면 대만의 젊은 동양화가들이 전통적인 산수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오늘부터 덕수궁에서는 그런 동양화의 원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중국역대서화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림 79점·글씨27점 등 모두가 중국의 국보급작품들이다. 그중에는 남화를 완성시킨 송대의 거연, 원대의 황공망, 명대의 심주, 문휘명, 청대의도제, 팔대산인 등의 작품들도 들어있다.
훌륭한 예술작품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나 사람들을 감동시켜 준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은 나라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맺어주는 광장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런 광장이 더욱 넓어 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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