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일으킨 두 언론재판<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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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최고의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는 미국에서 요즘 언론자유논쟁이 한창이다. 미국 내에선 수백건의 소송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나 최근에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은 이런 사태를 단적으로 대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기사취재 의도까지 공개할 의무 없다">증거도 없이 허위보도란 주장은 잘못|마음속까지 털어놓으라면 언론 위축 판결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자기 생각 또는 자기 의견을 남에게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설사 그 기사 때문에 소송에 걸리고 기자가 법정에 출두했다 할지라도 기자가 가지고 있던 마음속 깊은 생각을 진술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뉴욕」에 있는 연방고등법원은 지난주 미국 언론자유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만한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CBS방송과「아틀랜틱」지 기자들이 관련된 소위「허버트」사건이 이같이 기자승소판결로 끝나자 미국의 언론계는『진정한 언론자유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이 사건은 4년 전인 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BS-TV는 당시『60분』이란「프로」를 통해 월남전에 참전하고 있는 미국병사들이 학살행위를 하고 있으며「밀라이」학살사건 같은 중대한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보도는 국내외를 통해 큰 반응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당시 장래가 촉망되던「앤터니·허버트」중령은 결국 예편되었고 화가 치민 그는 CBS방송을 걸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를 제기했다.
이「프로」의 제작자「배리·랜도」는「허버트」의 변호사로부터『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프로」를 제작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으나 그는 『내가「프로」를 제작한 의도까지 밝힐 수는 없다』고 버텼다.
결국 소송이 벌어져「랜도」는 법정에 출두, 재판관은「랜도」의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장「어빙 ·코프먼」은 판결문에서 『군인은 공인이다.「허버트」자신이 CBS보도가 정말로 악의에 찬 무책임한 보도라는 것을 입증하면 몰라도 그런 증거를 대지 않고 무조건 허위보도라고 주장하거나 기자 혹은 제작자의 마음속까지 알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코프먼」재판장은 또 『만일기자로 하여금 취재목적이나 또는 취재당시의 마음속까지 털어놓으라고 강요한다면 앞으로 기자들은 위험부담을 피해 안일한 기사만 쓰려고 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중대한 언론의 위축행위인 동시에 헌법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허버트」는 『판결이 2대1로 나온 것은 판사들 사이에도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CBS방송사장「리처드·샐런트」는『언론인 모두가 환영할만한 굉장히 중요한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뉴스원 밝히기보다는 징역을 살겠다|경찰의 부조리 고발한「제임즈·셀레디」사건>법정투쟁 4년 …기자는 편집국장으로 승진|징역 30일 선고하자 각계서 "위헌이다"규탄
「아이다호」주의「루이스턴·모닝·트리뷴」지의「제임즈·셀레디」기자는 73년11월23일「경찰소식통」을 인용, 경찰안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 「루이스턴」같은 조그만 마을에서 이런 기사가 나가자 경찰은 발칵 뒤집히고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경찰은 회의를 거듭한 끝에「미첼·캘드로」마약단속반수사관의 이름으로 문제의 기사를 쓴「셀레디」기자와 신문사를 걸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제기했다. 경찰은 이 보도를『악의에 찬 허위보도』라고 주장하고「경찰소식통」이 누구를 말하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재판은 무려 4년을 끌었으나「셀레디」기자는 끝까지「경찰소식통」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고 버티면서 『차라리 징역을 살겠다』고 말했다.
그가 법정에서 투쟁하는 동안 각계각층에서 그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그에게 큰 힘이 됐고 그는 얼마 전 편집국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셀레디」는 마지막 순간 법정에서『만일 대외적으로 비밀을 곡 지켜준다면 판사에게만「뉴스」출처를 알려주겠다』고 제의했으나 담당판사는 그에게 징역 30일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 대해 미국대법원은 항고를 기각, 「셀레디」에 대한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재판이 끝난 뒤「셀레디」는 『판사와 신사협정을 약속하고 11일부터 내 발로 형무소에 찾아가 30일 징역을 살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11일 실제로 복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결이 나자 미국 내 각 언론단체는 『이런 판결은「뉴스」출처를 유지할 수 있는 기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헌법위반』이라고 주장,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특히「아이다호」대학의 신문학과 학생들과 교수들은「셀레디」의 유죄판결에 항의하는 대대적인「데모」를 주최했는데 이「데모」엔「워싱턴」대학·「오리건」대학 학생들이 대거 동조, 『진정한 언론자유를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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