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로·신문로 90년간 지킨 상징적 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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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은 600여 년 전 조선의 수도로 조성된 역사도시다. 그 틀을 이루는 중심가로가 동대문에서 서대문을 연결하는 ‘종로-신문로’와 종로에서 남대문을 연결하는 ‘남대문로’다. 두 도로는 500여 년 동안 간직해왔던 도시 경관과 정체성의 많은 것을 지난 100 여 년 사이에 잃어버렸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뜻과는 다른 건물들이 들어섰고,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도로는 확장되었고, 작은 필지가 통합되어 크고 높은 빌딩이 도성 안을 가득채웠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성장이 역사도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성 안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다. 1994년 ‘정도 600년’을 기념한 지 20년, 이제 역사도시 서울을 보다 큰 틀에서 관리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 필자를 좌불안석으로 만든 두 건물이 있다. 남대문로와 신문로의 2층 한옥상가다. 종로를 종로답게, 남대문로를 남대문로답게 지켜왔던 건축물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 두 2층 한옥상가는 상징적 존재다. 두 건물은 도성 안 간선도로변에 남은 마지막 2층 한옥으로 희소성이 매우 높다. 건축사적 가치는 물론 도시문화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조선시대 이래 일제강점기에도 한인 상권의 자존심과 전통을 놓지 않았던 남대문로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는 한옥상가가 이대로 사라져도 될까? 지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도성에서 2층 한옥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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