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고유업무 道감사 안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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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방분권화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상급기관의 감사를 놓고 전북도와 일부 시·군이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남원시청 회의실에선 이 문제를 놓고 전북도 감사반과 전주·남원시,무주·순창·임실군 등 5개 시·군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대표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전북도가 남원시에 대한 종합감사를 하려 하자 5개 시·군 직장협의회가 저지에 나선 것이다.

시·군 직장협의회 대표들은 “도의 감사 범위는 도지사가 시장·군수에게 위임한 관광사업 행정처분,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등의 사무와 국·도비 지원사업에 한정해야 한다”며 “시장·군수의 고유사무는 시·군의 자체 감사 대상이기 때문에 도의 감사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원시 박종식 직장협의회장은 “도의 감사는 지방자치제에 역행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방분권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도가 직장협의회의 의견을 무시할 경우 자료제출 거부 등 행동으로 옮길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는 “지방자치법에 시장·군수의 고유 사무도 상급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도의 종합감사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도가 시장·군수의 고유 사무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이를 견제할 곳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소흘, 비리 등이 만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 진춘섭 감사계장은 “도의 감사는 지방자치법에 보장돼 있는 범위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직장협의회의 요구를 받아 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같은 논쟁 끝에 이날 전북도의 남원시에 대한 감사는 직장협의회 주장대로 도지사 위임 업무와 국·도비 지원사업에만 국한해 이뤄졌다.

이와 관련 원광대 박종주(행정학과) 교수는“지방분권화가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군의 고유사무는 자율에 맡겨야만 권력분산이 이뤄져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이 활발해 상급기관의 감사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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