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대담한 도입, 늪이 살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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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제2회 「대한민국음악제」는 지난 9일 국악개막연주로 시작하여 15일까지 연7일간에 걸쳐 개최되었다.
독일연주가와 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직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의 초청연주회가 이번 음악제의 성격이었다.
제2회 「대한민국음악제」의 의의나 성과를 든다면 음악제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했다는 것과 재질 있는 우리의 신인들을 「데뷔」시켰다는 것. 그리고 「케루비니」의 「아나크레온테」서곡과 「마르탱」 「헨체」등 국내에서 연주되지 않았던 작곡가의 작품들을 초연했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규모나 연주내용은 지난 76년 김영욱·김창국·정찬우씨 등 수준 높은 한국출신의 국제급 연주가가 대거 참여하여, 12일간 열렸던 제1회에 미치지 못한다.
백건우·김영욱·이대욱·문용희·김남윤씨 등이 초청되어 13일간 계속되었던 대한민국음악제의 모체가 된 75년의 광복 30주년 기념음악회보다는 물론 뒤진 내용들이다.
연주내용은 김천전·김소희·이석재·한갑득·김월하 등 인간문화재와 국악계의 원로들이 대거 출연한 개막 국악연주회가 단연 빛났다. 격조 있고 원숙한 경지에 이른 대취타 등의 연주는 내용도 훌륭했고「대한민국음악제」의 권위나 취지에도 부합된 훌륭한 기획이었다.
조영방 (피아노) 조영미(바이얼린) 조영창(첼로) 등 조「트리오」의 연주는 예상외로 견실한 「앙상블」을 보여 수준 높은 실내악의 묘미를 맛보게 했다. 「줄리아드」에 재학중인 「바이얼린」의 이성주양과 독일「데트몰드」에서 공부하고 있는 「벨기에」국립교향악단원 출신 백청심양의 연주는 좋은 재질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기대되는 신인임을 입증했지만 아직 학생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비교적 섬세하게 이끌어간 독일의 지휘자 「알프레트·발터」와 「바이얼린」의 「사시코·가브릴로프」, 「피아노」의 「클라우스·헬비히」 등은 두드러진 개성이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성을 지닌 연주가들은 아니었다.
이번 음악제에는 마땅히 우리의 주체성을 살리고 창작의 진흥을 위해 국내 창작품이 연주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국내작품은 「프로그램」이 오르지 못했고, 외국 연주가들의 초청범위도 어떤 한계에 머무른 느낌을 준 것은 유감이다.
또 악단 전체의 행사가 될 음악제에서 출연자 이외의 음악인들을 거의 만날 수 없었다는 것도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음악제」는 그 목적으로나 의의로나 지속적으로 발전해야하고 키워 나가야할 음악잔치다. 따라서 미미한 것은 보완하고 연차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악제를 위한 상설기구가 마련되어 연간계획으로 우리가 듣고 싶고 배울 것이 많은 세계 정상급 연주가를 초청해야 한다.
또 국내 정상급 연주가들도 적극 참여시켜 명실공히 세계수준의 음악제로 발전시켜야한다. <필자=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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