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유황 시설의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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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을 비롯한 우리 나라 대도시의 매연공해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 있음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가 오는 81년부터 정유회사에 대해 탈 유황시설을 의무화시키는 방안을 마련, 곧 경제장관협의회에서 확정키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까지 차량 매연에 대한 방지대책이 주로 단속위주의 대증요법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던데 비해, 이 방안은 차량매연의 가장 큰 발생원인 기름의 유황성분 자체를 원천적으로 제약하려는 예방적 차원의 접근방법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시내를 달리는 10만여 대의 각종차량들이 정속시에도 1대가 20∼1친1백20PPM의 아황산「가스」, 10∼1백60PPM의 이산화탄소, 그리고 0·6∼20PPM의 일산화탄소 등을 내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있다.
특히 이들 차량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2백km로 외국주요 도시 차량의 1일 평균 주행거리 15km보다 무려 13배나 길다.
따라서 서울시내 10만여 대의 차량이 내뿜는 「가스」는 외국의 1백30여 만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아황산「가스」의 대기오염도 한가지만 보아도 서울은 국제환경기준인 0·05PPM을 50%이상 초과했다. 더군다나 부산은 서울보다도 더욱 심해 공업지구의 경우 환경기준의 3배를 넘는1·51PPM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매연공해를 방지하는데는 무엇보다도 기름에 섞여있는 유황성분 자체를 뽑아 규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내 정유공장들이 생산 공급한 각종 유류는 탈황시설미비로 유황함유비율이 외국에 비해 크게 높다. 휘발유는 일본·미국이 0·05%인데 비해 0·25%로 5배나 많았고, 경유는 외국이 1%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3·5%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낮은 유류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름 값을 올려야 하고 기름 값이 오르면 다른 부문의 타격이 또한 크다는데 있다. 그렇다해도 앞으로 날이 갈수록 더욱 차량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 이상 사태가 이 이상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유회사에 대해 탈유황시설을 의무화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여기에는 탈황시설의 시설비나 유지비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만 전가되는 사태가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전제돼야 한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그동안 호경기를 누러온 정유회사의 수익성에 비추어 볼 때 당연히 정유회사와 소비자가 적절히 분담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차량매연방지를 위해서는 정유회사의 탈황시설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다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차량의 생산·출고과정부터 배기「가스」정화기의 부착을 의무화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대당 수천만 원 또는 수백만 원씩이나 하는 각종 국산차량의 판매가격으로 볼 때에도 대당 고작 수십만 원의 배기「가스」정화기 부착 의무화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아무리 양질의 기름이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차량의 연소기관이 불량하면 불완전연소로 인한 매연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매연배출과 직접 관계되는「노즐」·「플랜저」·「딜리버리」 등 「엔진」부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개선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탈황시설의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유황함유량이 2%나 되는 「쿠웨이트」산 원유의 수입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고, 유질이 좋은 「리비아」나「인도네시아」산 원유의 수입량을 늘려나가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정유회사의 외국합작 선에 의한 현재의 독점계약방식도 차제에 재검토돼야할 것임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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