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제주' 관광특수 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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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5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박진영(27.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씨는 필리핀으로 가려던 신혼여행 행선지를 제주도로 바꿨다.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괴질에다 이라크전쟁까지 터지는 바람에 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게 내키지 않아서다. "세상이 온통 어수선한 마당에 굳이 불안한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게 朴씨의 말이다.

'한국 관광의 1번지' 제주도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제주도 여행업계는 "해외여행 자제 분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시즌 이상의 대박 조짐이 일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다.

2일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1백2만7천6백여명이다. 한해 동안 사상 최다 관광객(4백51만여명)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96만9천여명)에 비해 6만명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연초부터 증가세를 보이던 제주도 관광객 수는 2월 들어 잠시 주춤했다가 3월에 접어들면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이 발발하고 괴질이 심각하게 번지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신혼부부와 가족 단위 여행객이 주종을 이루는 휴양관광객이 3월 중 16만7천여명을 기록했고, 이들 중 대다수가 괴질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중순 이후 제주로 몰리고 있다.

제주도 대장정여행사 손태원 대표는 "제주행 신혼여행 문의가 최근 하루 2백여건을 웃돌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4, 5월 중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올 사람이 예년의 7~8배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방영 중인 TV 드라마 '올인'의 인기에 힘입어 제주도가 해외 못지않은 관광지로 부각되면서 촬영지였던 도내 주요 관광명소도 연일 관광객으로 북새통이다. 섭지코지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부근 지삿개바위.천지연 폭포 등은 몰리는 관광객들로 주차난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하순부터 '숙박 전쟁'이 빚어지고 있다. 호텔은 물론이고 펜션.고급 민박에 이르기까지 방 구하기가 어렵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아직 신혼여행객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수학여행이 본격화하는 4월 중순 이후에는 방 구하기가 그야말로 전쟁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백29개의 객실을 보유한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의 경우 4월말까지 전 객실에 대한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이 호텔 예약 관계자는 "예약자 중에는 해외여행 계획을 세웠다가 제주도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전세버스.렌터카도 거의 동난 상태며, 골프장 부킹은 다음달까지 대부분 마무리됐다.

오승언 제주도 관광진흥과장은 "이라크전과 괴질 등으로 여행객들이 안전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에는 사상 최고인 4백8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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