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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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시 모리배」라는 말은 여간 심한 악담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악평인 것이다.
「카터」미 대통령은 요즘 기자회견에서 속칭「메이저·그룹」으로 불리는 대 석유 자본들을 그「워·프로피티어」와 비교했다. 바로『전시 모리배와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카터」는「에너지」절약을 위해 외국석유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계획안을 의회에 내놓은바 있었다.
하원은 이미 이 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은 몇 달을 두고 미루고만 있었다. 그 동안「로비스트」들이 끼여들어「카터」의「에너지」절약 안은 대폭 수정 될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난 75년 미국 경제지「포춘」이 발표한 상위 미국기업「리스트」는「액슨」석유회사를 대상 1위로 기록하고 있었다. 전년까지 세계최대의 기업을 구가하던 G·M(제너럴·모터즈)를 단숨에 정상에서 밀어낸 것이다. 바로 이태전이「세기적인 석유파동」의 해인 것을 생각하면 고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역시 금년에 발표된「포춘」지의 세계 대기업「리스트」를 보아도 20위까지의 상위권에서 절반이「메이저」계열의 석유회사들이다.
한마디로 1973년의 세계적인 석유 파동은「메이저」계의 금고만 넘치게 해준 역설적인 현장을 빚어냈다.
이것은 73년의 석유파동이 바로「메이저」계 대 석유회사들이 연출한 세기적인「드라마」였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의심은 미국의「워싱턴·포스트」지나 상원의 석유위기 조사소위 등에서도 이미 토론된 일이 있었다. 이들의 견해는 상당한 자료가 뒷받침되어 설득력이 있다.
ⓛ70년대 초까지 만해도 세계의 석유는 공급 과잉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값을 올릴 여건도 계기도 없었다. ②세계 석유의 30%를 쓰고 있는 미국에서 독립 석유업자(인디펜던트)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리비아」의 양질석유를 염가와 더 좋은「서비스」로 공급한 때문이다. ③「메이저」계 대 석유회사들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판매조직을 대형화하는 정비작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④「메이저」계의 석유생산 및 시장 점유율은 70%를 훨씬 넘어 모든 조작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⑤석유 파동 당시 미국내의 석유재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메이저」계는「아랍」의 정치적인 상황을 이용해 석유의 공급을 별안간 줄이고 값을 올려 버렸다. 이 무렵「하버드」대의「W·리언티프」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그런「메이저」계의 농간에 분노를 터뜨렸었다.
이제「카터」와「메이저」의 마지막「라운드」대결은 석유의 장래를 내다보는 하나의「쇼·케이스」가 될 것 같다. 그야말로「메이저·드라마」(불안한 연극)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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