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정년연장은 '청춘악법' 투표율 낮다고 무시하는 겁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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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고. 다음 기사는 65세 이상 어르신들께서는 신중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기초연금법 통과로 청춘 세대가 떠안게 된 부담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노인 빈곤 해결이라는 취지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되면서 2030세대가 많게는 수천만원씩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국회 보고서를 청춘리포트가 입수했습니다. 2030세대 사이엔 ‘청춘악법(靑春惡法)’으로 불리는 이 법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정치에 냉소적이라는 대학생 4명이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과 격론을 벌였습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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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국회의원은 대학 교수 출신이라고 한다. 그것도 경제학과(숭실대)!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당에선 보육·복지 전문가로 통한다는데. 게다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해 박근혜 정부의 복지·여성 정책의 틀을 설계했다던데. 지난 2일 기초연금법이 통과될 때까지 최일선에서 정책을 개발했던 그 여성 의원. 그래, 불편하고 불리한 자리인 줄 안다. 그래도 물어는 봐야겠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런 ‘청춘악법’이 통과됐는지.

 9일 오후 3시 남녀 대학생 4명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집결했다. 대학생들의 표정은 어두침침했다. 제각기 대학 토론 동아리에서 말깨나 한다는 친구들이었지만 입술을 꽉 깨문 표정이 사뭇 심각했다. 더구나 4인방 중에 2명이 숭실대 학생이었다. 어딘가 찜찜하긴 해도 기초연금법의 진실을 캐묻기 위해, 습격!

 ▶김 의원=“아이구, 어서 와요. 학생들.”

 그래, 역시 교수님이었던 게다. 마치 제자들 반기듯 활짝 웃어보이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주먹 불끈 쥐고 들어서던 대학생 4인방이 멈칫거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TV토론회마냥 김 의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둘씩 소파에 앉았다. 미성씨가 먼저 돌직구를 날렸다.

 ▶김미성(숭실대 3학년)=정확히 알고 싶어서 의원님 찾아왔어요. 기초연금법은 적극 투표층인 60대 이상을 겨냥한 정책이라고 말들 하더군요. 우리 같은 20대나 30대는 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배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요?

  ▶김 의원=자, 우선 이 기초연금 계산법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먼저 설명을….

 ▶미성= 계산법은 이미 공부하고 왔고요.

 ▶김 의원=(약간 당황한 듯 시선을 돌리며) 아, 공부해왔다니 오늘 제가 제대로 임자를 만났네요. 우선 오해부터 풀어드릴게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라 정부가 젊은 층을 무시한 것처럼 오해들 하시는데, 새누리당이 주도했던 기초연금 캐치프레이즈가 뭔지 아세요? ‘어르신과 젊은이가 함께 가는 상생연금’이에요. 미래세대의 노후가 부담되지 않게 정책을 집행할 거예요.

 ▶차순우(고려대 4학년)=기초연금이란 제도 자체가 옳은 방향인가요? 1년에 14조5000억원, 장기적으로 200조원의 재정이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목소리를 높이며) 어려운 분들에게 집중 지원을 하고 나머지는 국민연금 재정을 탄탄하게 하는데 쓰면 우리 세대의 노후도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을까요?

 ▶김 의원=기초연금이 필요한 이유는 당장 노인 빈곤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에요. 기초노령연금으로 10만원가량 받던 분들에게 10만원을 더 드리는 겁니다. 어르신들에겐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어요.

  ▶김미성= 정년연장법이 통과됐잖아요. 정년이 늘어나는 건 동의하지만 청년 취업은 당장 타격을 받아요.

 ▶김 의원=정년 연장은 세대 간 갈등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대신 일을 청년 세대와 나누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죠.

 기초연금법 문제를 따지러 습격했던 의원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토론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정리=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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