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출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경제여건으로 보아 앞으로의 수출신장은 과거보다도 훨씬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상공부가 25일 중앙청 무역확대회의에서 보고한 바에 의하면 7월말까지 수출실적은 작년동기에 비해 32% 늘어난데 비해 수출신용장 내도액은 20%의 증가에 그쳤다.
신용장은 금년 5월 이후 계속해서 수출실적보다 한달 평균 1억「달러」가량 적게 오고있다. 신용장 없는 계약수출이 늘고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출의 둔화조짐은 벌써 현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세계경기의 장기침체나 국제무역의 위축, 또 보호무역「무드」의 강하 등을 생각할 때 이러한 수출둔화는 오히려 당연한 추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계경기의 회복과 교역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범 세계적 인식과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각국간의 이해상반 때문에 실제 국제적 협조와 실행은 잘 안되고 있다.
따라서 「타이트」한 국제경제여건이 쉽게 풀릴 전망은 당분간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을 전제로 한다면, 우리나라의 수출전략에도 이에 대응하는 자세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대응방안의 하나로 품질고급화와 무역시장의 다변화·수출입의 균형적 확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에 있는 것 같다. 즉 수출은 많을수록 좋으며 수출목표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달성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고정관념이 지배하는 한 겉으로 무슨 시책을 내세워도 실제론 수출의 양적 확대로 질주하고 말것이다.
그동안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에 너무 타성이 붙은 나머지 수출이 근본목적이 무엇인지 가끔 잊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수출이 종합적인 경제정책기조의 테두리를 벗어나 수출실적을 위한 수출이 너무 강조되고 국제수지나 국내경제와의 유기적인 연관과 균형이 깨지는 경향이 더러 있다.
몰론 초기의 점화단계에선 수출의 양적 팽창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적극시책이 불가피했겠지만, 이것이 장기화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벌써 우리나라는 연수출입 규모가 2백억「달러」에 달했고, 또 국제수지의 급박한 고비도 넘겼다.
또 세계무역환경도 계속 그런 수출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수출진로도 좀더 여유를 갖고 다듬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자원「내셔널리즘」의 강화는 자원 다소비형 생산이나 수출체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수출을 이제까지의 성역에서부터 종합경제정책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수출실적 자체에 의의를 두기 보다 그것이 국민경제에 가져오는 효과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러한 발상전환이 가능하다면 수출로 인한 대내·외부간의 불균형과 마찰도 점차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역별무역의 불균형·가득율제고·품질고급화 문제 등에도 근본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곧 순리에 의한 경제문제 해결의 올바른 길이기도 하다.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지엽적인 목표나 시책을 아무리 고쳐봐도 그 효과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