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지 못한 영양섭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생활에 있어 고르지 못한 영양섭취의 문제는 오늘날 빈 부국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적 고민거리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한쪽에선 하루의 활동을 지탱할만한 최소한의 열량 섭취마저 어려워 이른바 「만성기아」 현상이 있는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선 영양 과잉에 따른 비정상적 비만현상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영양학적 문제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점차 심각한 양장을 띠어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농촌의 저소득층에서는 하루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기본열량마저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반면, 도시의 일부 고소득층에서는 필요 이상의 많은 영양을 취함으로써 심장병·고혈압·당뇨병 등 이른바 「포식성 질병」이 날로 늘어가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영양문제가 지난 1일부터 이화여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지역 식량영양정책 「워크숍」에서 심각한 현안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것도 바로 사안의 중대성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보사 당국의 국민영양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1인당 하루평균 열량 섭취량은 2천5백66「칼로리」로 드러나, 전체적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책정한 한국인의 권장량 2천7백「칼로리」에 여전히 미달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체활동에 가장 중요한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 량은 1인당 하루13·5g에 지나지 않아 구미의 60∼70g에 비해 대단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영양섭취가 충분치 못하면 건강상태가 나빠진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 깃 든다는 말을 새삼 들출 것도 없다. 영양의 불균형에서 오는 허약자나 병자에게서 왕성한 창의력과 줄기찬 노동력을 바랄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국가의 발전이나 경제의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정신적 육체적 약자는 사회의 부담이 될 뿐이다.
이처럼 중요한 영양상태는 기후·풍토·식생활의 습관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경제적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소득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국민의 영양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층에게 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보아야할 것이다.
더우기 지나친 영양과잉과 빈곤에 따른 영양결핍현상이 함께 하는 격심한 불균형은 바로 소득의 불균형에서 기인되는 것임을 바로 인식해야할 줄 안다. 통계상으로 시현되는 성장지표가 국민 하나 하나의 식탁에서부터 실감될 때 비로소 국민적 공감도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국가의 영양수준이 그 나라의 한정된 경제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지만 국민 각자가 영양에 대한 지식과 식생활 개선을 위한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영양이 많다고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설탕을 주로 한 서구식 식생활을 맹목적으로 모방한다거나, 값비싸고 화려한 식단에만 치중한다면 결과는 성인병을 불러들여 도리어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무서운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또 날씬한 몸매를 갖기 위해 의식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열량섭취마저 거부함으로써 빈혈·시력 장애 등 인위적인 영양실조를 자청하는 일부 여인들의 행태도 크게 반성할 일이다. 미식이나, 그 정반대의 비합리적 감식 등은 그 모두가 균형과 조화를 잃은 식생활로서 건강의 대적임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특히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우유·「버터」·육류 등 값비싼 식품보다 콩·참기름·두부 등 식물성 식품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깨달아 값싸면서 균형을 잃지 않는 영양섭취를 위해 모든 국민의 계몽과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영양문체는 일부 전문가의 학문적 관심사에서 떠나 국가발전계획과 관련해서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할 긴급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