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의 상황 |「긴장해양」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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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해는 가급적 빨리 선포하되 경제수역선포는 긴박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해양정책 기조다.
영해에 관해선 국제적으로 확립된 선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인식 위에서 ①일본·중공 등 인접국가가 12해리 영해를 선포했고, 북괴도 명시적 선언은 없지만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②「유엔」사의 「군사작전해역」으로 돼있는 부분을 영해선포를 계기로 아예 우리 스스로의 관할수역으로 삼으며 ③영해선포가 어업문제엔 영향이 없는 점등을 고려해 긍정자세를 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해선 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몇 가지 안보적 측면과 국가 주권적 측면의 고려 때문이다.
첫째, 영해 획정에 있어 특히 직선기선을 그을때 연안국 (일·중공) 과 협의할 의무는 없으나 연안국이 양해할 수 있는 선이 되어야하는 까닭에 외교교섭의 선행이 필요하다.
둘째, 제주도 앞 해남서와 본토는 해리가 안돼 내해화가 불가피 함에 따라 외국선박에 대한 무해 통행 허용여부의 결심이 있어야한다.
셋째, 대한해협은 국제해협으로 인정치 않을 수 없지만 우리 안보상 고려 때문에 방해 받지않는 「통과통항」 등에 대한 제한 시한을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영해를 선포할 때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영유권 분쟁을 어떻게 회피하느냐는 방법의 모색이다.
다섯째, 영해선포의 시기를 늦춘 결정적 요인은 아니더라도 현실적 측면에서 중요한 고려대상인게 서해5도이다. 73년12월 군사정전위에서 이 수역의 선박출입규제를 내세웠던 북괴에 대해 우리의 영해선포는 결정적인 분쟁촉발효과를 폭발시킬 우려가 있다고 고려되어온 것이다.
한편 자원보호 및 관리측면에서 2백 해리의 경제수역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정부는 세계 9위의 조선 국가로서, 제6위의 원양 어업 국가로서, 그리고 적지 않은 해운량을 보유한 해양이용국가로서 이를 스스로 제약하는 경제수역을 선도해서 선포할 수도 없다는 「딜레머」를 안고있다.
특히 독자적인 경제 수역 선포의경우 중간선 확정 등에 관한 중공과의 협의를 보류하는 셈이므로 분쟁 불씨를 갖게 되는 것이며 일본과는 동해 및 남해의 중간선 문제와 역시 독도문 제가 걸리게 된다. 실제적인 문제로는 황해 등에서 조업하는 어업지도 등에 필요한 예산과 행정력의 수반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배려로 해양정책의 결정을 보류해온 정부에 대해 북괴의 최근 잇단 해상조치는 적극적인 문제검토를 촉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우기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 제6회기가 지난달 끝나 최종안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다.
정부는 이미 「영해 범위에 관한 법」 및 「통행규제법」관계법안을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 선언초안까지 준비해 놓고 있고 해양법대책위 등 관계관 회의를 연쇄적으로 열어 실무적인 준비를 서두르고있다.
해양정책에 관한 결정은 결국안보·주권 고려에 따른 국가적 결단이 남아있는 최종단계 인 듯 하다.<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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