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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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음악가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게 보이는 것이「오페라」의 「푸리마·돈나」들이다. 지금세계에서 가장 비싼 출연료를 받는 「소프라노」가수는 「비버리·실즈」와 「존·서덜랜드」하루에 4백6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러나 이것도 대중음악의 연주가들에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세계적인 「오페라」가수라 해도 그 출연료는 보통5천「달러」안팎일 뿐이다. 또 가을 한 철뿐이다.
이래서 「헬렌·트라우벨」은 「메트러폴리턴」을 버리고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다.
「피아니스트」들의 출연료는 더욱 적다. 지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중에서도 백만장자는 몇 명되지 않는다. 젊은 음악가들의 수입이란 빤하다. 백건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연주계약이 2년 후까지 짜여져 있다. 흔히 「프랑스」작곡가의 「피아노」곡은 「프랑스」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가령「드뷔시」의「프렐튀드」의 연주론「카르스」나「벨로프」를 제일로 친다. 둘다「프랑스」인이다.
한편 백건우는「라벨」곡의 세계적인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그만한 명성을 가지고도 그의 수입은 별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체도 분명치 않은『「스위스」제일 가는 부자의 초청』이라는 말에 구미가 돋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에게도「프러모터」는 있었을 것이다.
또 오는 9월초의 한국공연을 위한 준비에 한참 바빠야 할 때다.
그런 속에서도 그가 「스위스」로 간 것은 『체면을 세워달라』는 이응노씨 부인 박여사의 간청을 저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의리를 아끼던 백건우씨를 정말로 문제의 박 여사가 배신했는지 아닌지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특히 궁금한 것은 북괴는 왜 박 여사를 이용하여 백건우씨 내외를「유고」까지 유인하려했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한 유괴라면 그 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백건우씨가 제 발로 북괴로 넘어간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게 분명하다.
「텔리비전」이나 영화를 보면「드릴」에 넘치는 납치극들이 흔하다. 그런 것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은 우리네 현실생활에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심감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는 미국 영사관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또 다행히도 그것은 영사관문이 닫히기 10분전이었다. 공상소설보다도 더 기묘한「미스터리」가 얼마든지 우리에겐 일어날 수 있는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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