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감각하는 신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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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의 통 일 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이어 79년 초안에 있을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선거채비가 서서히 진행돼 가고 있다. 표면화된 선거바람은 여아닌 야에서 먼저 살랑거리고 있다.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대여 협상「카드」 마련, 바빠진 지역구 관리, 공천과 관련한 파벌재편 등이 야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선거 전초 동정.

<선거법의 문제점 검토>
○…신민당은 9월 정기국회서 선거법을 개정해 보려고 문젯점을 검토하고 있으나 내용은「비」.
여당과 공식으로 말을 건네본 일이 없는 데다 당내에서 마저 이론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선거구 문제만 하더라도 이철승대표를 비롯하여 복수공천이 예상되는 지역의원 및 원외일부가 소선거구제를 희망하고있으나 김수한의원 등 일부의원은 반대하고있고 송원영총무 같은 이는 일본식으로 1선거구에서 3∼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 그러나 신민당 대부분의 현역의원들은 2명씩 묶는 현행선거제도 고수파.
한영수의원은 『2명을 뽑을 때는 당 공천만 받을 경우 확률이 80%인데 소선거구에서는 확률이 50%로 낮아진다』고 현행의 이점을 강조.
신민당사람들은 현 유정회 73석을 비례제로 바꿔 득표비율에 따라 나눠가졌으면 하는데도 관심을 쏟고있어 이채.
이충환 선거제도심의위원장이 『헌법을 건드리지 않고 통일주체국민회의법만 손질하면 가능하다』는 발상을 내놓음으로써 부풀기 시작한 이 기대는 거의 그렇게돼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바뀌어가고 있다.
송원영총무는 한술 더떠 『대통령이 대의원선거전에 정당 득표비례로 통일주체서 선출하는 73명 국회의원을 구성하고 싶다고 담화만 발표하면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방법론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전 총재는 『유정회의 비례대표화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일축했고 채문식의원은 『간접적이지만 헌법을 건드리는 일이라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비관론. 여측쪽에서는 『환상을 갖지 말라』고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굳은 자세.

<선관위원 정당추천을>
○…선거법개정에 대한 야당의원의 공롱된 요망사항은 연설회수의 증가.
현행대로 1개군서 3회밖에 합동언설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후보자의 얼굴도 못볼 유권자가 많다는게 공동된 불만.
김영삼씨는 『옛날에는 적어도 60%의 유권자가 연설을 들었으나 지금은 5%도 채 않된다』며 증회를 주장.
정당추천참관인은 돈이 드는 만큼 효과를 볼 수 없다는데서 부활을 그렇게 강조하지 않으나 투표용지 날인에서부터 개표까지를 관리하는 선관위원을 정당이 추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데는 견해가 일치돼있다.

<떨어지려고 나가느냐>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 못지 않게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주장도 나와있다.
김영삼 고흥문 이민우 정운갑 이중재 이택돈 한병채의원 등이 이를 강력 주장.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신민당이 대통령후보를 내느냐 여부는 전당대회를 열어 심각하게 논의해야한다는 주장이 비주류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주류의 한 중진은 『떨어지기 위해 나가느냐』 『신민당후보 겨우 5백표라는 결론이 나올 때 그게 무슨 망신이냐』고 반론을 전개.
이철승대표는 『2층 거치지 않고 막바로 3층 올라갈 수 있느냐』며 단계적 해결을 역설.

<현 의원도 안심 못한다>
○…파벌이동도 눈에 띄는 현상. 현역의원은 거의 탈락이 없을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칼자루를 쥔 측에선 『현역이라고 1백% 다 공천할 수는 없을것』이라고 위협적인 예고.
한병채의원이 고흥문계로, 최형우의원이 이충환계와 손잡았으며 엄영달의윈이 소석계와, 오세응의원이 김재광계와 가까워지는 것 등은 모두 10대 공천을 의식한 듯.
각 계파가 벌써부터 공천심사위원을 내정하는가하면 지망생들이 이들과 선을 대는 있다는 얘기다.
일부 계파에서는 다른 계파 최고위원 몫을 얻어내는 거래전략도 수립하고 있다는 소문.
특히 김영삼씨계에서는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의 표로 선출해 준 이충환·유치송·김재광 최고위원이 딴살림을 준비하는 것 같아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김영삼씨 자신은 이들의 비 협조를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다시 최고위원에 나온다면 소석이 밀어 줄 것인가』 『나에게도 아직은 최고위원 밀어 줄 힘은 있다』고 은근히 엄포를 놓고있다.
최고위원을 내지 못한 화요회나 정해영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보스」의 눈 때문에 계파 이적의사를 갖고 밝히지는 못하면서도 지하도를 통해 강력한 후원자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화요회의 Y, C의원과 김씨계의 H의원은 사실상 신도환계로 갔다는게 주변의 일치된 관측이고 P, L의원이 유치송 최고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정씨계에서도 일부가 동요하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들 동요하는 세력을 흡수하려는 계파의 유인작전도 대두. 10대 선거 후의 세력확대를 꾀하는 이들 계파에서는 『우리쪽에선 선거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돈을 만들고 있다』 『×××는 다음 주요 당직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는 등 달콤한 얘기를 흘리고 있다. 경합자들로부터 직·간접의 묘한 인신공격을 받아가며 고전하는 현역도 몇몇이 있어 화제.
공격하는 측에서는 공천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민주전선 배포실적·당사관리 부진, 「스캔들」 등을 들어 지역구의 기반을 흔들어 놓는 공작도 벌이고 있다는 것.
이런 동요와 불안을 막기 위해 김영삼파를 비롯한 이민우 정해영씨 등 최고위원 없는 측이 내년 정기 전당대회 불가피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천권이라는 무기를 갖고있는 최고위원 중에 누가 전당대회를 새로 열어 지위를 잃으려 하겠느냐』 는 전망들.

<기발한 pr작전 활발>
○…지역구에는 금년들어 유명·무명 지망생들이 「캘린더」·인사상·사진과 이름을 박은 부채 등 선전물을 쏟아 놓기 시작해 열전을 예고.
새 득표전략도 개발돼 서산-당진 출신의 한영수의원은 선거구내 고등학교를 빼놓지 않고 순회하고 기독교인인 오홍석씨 (금포-강화위원장·8대의원) 는 주말이면 선거구에 있는 교회를 차례로 돌며 순방예배를 보고있다.
문부식의원 (남해-하동) 은 올해 연초부터 시작해 선거구내 면을 반절쯤을 돌고 경·조사가 있었던 집에 축-부의까지 전달.
어느의원은 외유중에도 「호텔」방에 틀어박혀 선거구민들에게 1천∼2천장씩의 엽서를 쓰느라 진땀.
노승환의원 (마포-용산), 최성석의원 (무주-장수)은 최근「민주전선」을 1만장내지 1만5천장을 우송.
이진연의원(함평-장성)은 장날을 택해 내려가 「이진연이 왔다 갔다」는 소리를 남김으로써 지역구에 충실하다는 얘기를 듣는 전법을 쓴다. 여당이 침묵속의 조직점검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야당은 소리내고 뛰고 경쟁하면서 총선가도에 진입하는 듯하다.<이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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