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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감독들 … 벨기에·러시아·알제리 '동병상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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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월드컵이 열리면 온 국민이 축구 감독이 된다. 축구는 규칙이 단순하기 때문에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한마디씩 비판하기가 쉽다.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도 유능한 감독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팬들의 비난, 선수단 내부의 갈등, 축구협회와의 신경전 등 축구장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술을 짜는 것보다 더 힘들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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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45) 감독이 대표팀 월드컵 출전 엔트리 23명을 결정하자 ‘런던 올림픽 멤버가 너무 많다’ ‘선수들이 너무 어리고, 경험 많은 노장이 부족하다’는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람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건 한국과 맞대결하는 H조의 러시아·알제리·벨기에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홍 감독과 1969년생 동갑내기인 마르크 빌모츠(45) 벨기에 대표팀 감독은 최근 신세대 골잡이 아드낭 야누자이(19·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A팀 멤버로 발탁한 이후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부상으로 낙마한 최전방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안 벤테케(24·애스턴 빌라)의 대체선수로 활용하기 위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지만, 기존 멤버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야누자이의 포지션 경쟁자 케빈 미랄라스(27·에버턴)는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미랄라스는 “다국적자인 야누자이가 다른 나라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벨기에를 선택한 건 환영하지만 그가 브라질에 반드시 가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소속팀에서도 제대로 못 뛰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초에는 “월드컵 기간 중 부인과 여자친구의 선수단 숙소 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빌모츠 감독의 발표가 논란이 됐다. 벨기에의 핵심 에당 아자르(23·첼시)는 “우리는 모두 프로다. 가족과 애인이 훈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문화권으로 갈라져 있다. 언어도 제각각이고 사고방식과 생활 태도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선수 구성상 내부 분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감독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유럽축구가 주목하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유망주들이 주축을 이뤄 주전 경쟁의 기싸움과 신경전이 치열하다. 감독이 ‘귀한 젊은 도련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벨기에가 자중지란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명장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의 독불장군식 선수단 운용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베스트 일레븐을 좀처럼 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플래툰 시스템에 불만을 터트리는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거나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는 최종 엔트리 선정을 앞두고 카펠로 감독을 대놓고 비판해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유로 2012의 깜짝 스타로, 러시아 대표팀 멤버들 중 몸값 평가액 1위(2000만 파운드·약 347억원)인 공격수 알란 자고예프(24·CSKA 모스크바)가 “나를 중용하지 않는 카펠로 감독의 선수 기용 원칙을 이해할 수 없다. 주전 플레이메이커 로만 쉬로코프(33·크라스노다르)보다 내가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17골)을 차지했지만 대표팀에서는 교체선수에 머물고 있는 공격수 아르템 주바(26·로스토프) 또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알렉산더 케르자코프(32·제니트)는 올 시즌 소속팀에서 5골에 그쳤다. 누굴 뽑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가”라며 논란에 가세했다.

 카펠로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러시아에서 ‘포스트 히딩크’로 각광받지만, 선수단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러시아 종합지 ‘노바야 가제타’의 루슬란 리파토비치(35) 스포츠팀장은 “카펠로 감독은 이탈리아인 위주로 구성한 코칭스태프와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러시아축구협회에도 대표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2018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지만, 축구계의 평가가 후하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알제리는 월드컵 본선 개막을 30여 일 앞두고 축구대표팀 사령탑의 거취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62) 감독이 지난해부터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알제리 축구협회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알제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축구협회의 무성의한 태도가 이어질 경우 브라질 월드컵을 마친 뒤 대표팀에서 물러나 클럽팀 지휘봉을 잡을 수도 있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 알제리 스포츠지 ‘콩페티시옹’이 “할릴호지치 감독이 월드컵 직후 터키 클럽 트라브존스포르로 옮길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감독이 이에 대해 입장 표명을 거부해 알제리 축구협회의 애를 태우고 있다.

송지훈 기자

해외 언론, 박주영 발탁에 주목

한국의 월드컵 엔트리 23명에 대해서 외국 언론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박주영(29·왓퍼드) 발탁이다. 국내 언론과는 다른 시선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박주영의 발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영국의 ‘더선’은 “한국은 왜 박주영을 선택했을까”라며 아스널과 왓퍼드에서 거의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꼽히는 상황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벨기에 일간지 ‘르 수아르’는 ‘한국이 박주영과 함께 월드컵에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주영은 올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합쳐 출전시간 총합이 116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알제리 축구전문매체 ‘콩페티시옹’ 또한 “한국축구대표팀이 부상 중인 박주영을 대표팀에 뽑았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한국 대표 23명 중 17명이 해외파이며, 서른 살 넘은 노장은 한 명이라고 상세하게 보도했다. 러시아의 ‘R-스포르트’는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말을 빌려 한국을 경계했다.

 일본의 축구전문지 ‘사커킹’은 “성장을 도와준 J리그에 감사한다”는 미드필더 한국영(25·가시와 레이솔)의 발언과 함께 한국 대표팀에 J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4명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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