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신과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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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Q정전』으로 유명한 중국작가 노 신은 이런 꿈 얘기를 한 일이 있다. 그는 남루한 옷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어느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이때 한 마리의 개가 뒤에서 짖어 댔다. 그는 질 겁을 해서 뒤를 돌아보며 꾸짖었다.『조용해. 권세에나 아부하는 이 개새끼야!』그러나 그 개는 능글맞게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부끄럽습니다. 나는 아직 구리(동)와 은의 차이를 모릅니다. 게다가 무명과 비단의 차이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관리와 평민도 구별할 줄 모르며….』노 신은 그만 얼굴이 붉어져 도망을 치고 말았다.
개는 늑대·「자카」·여우 등과 함께「케이니스」(Canis)속에 포함되는 짐승이다. 이 중에서 개만은 사람과 친하다는 뜻으로 그 학명도「Canis familiaris」로 명명되었다.
야생동물 가운데 사람과 친하기로는 개보다 더한 짐승이 없다.
학자들은 적어도 l만년 전부터 개는 사람과 가까이 지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의 해안에서는 실제로 구석기시대 마지막 무렵의 유적들 속에서 개의 뼈가 발견된 기록도 있다.
그러나 개가 가축이 된 것은 신석기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는 흔적들을 볼 수 있다.
그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가 없을 정도다. 다만 동물학자들은 형태학적 분류법에 따라 7개형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세계에 자랑할 만한 특이한 견 종이 하나 있다. 진도 견.
이조영조시대 경암(김익주)의 매사냥 그림에 나오는 개가 바로 그 진도견과 같은 모양인 것은 흥미 있는 사실이다.
전설에는 남송 시대의 무역선이 진도근해에서 조난했을 때 그 배에서 살아남은 개라고도 한다. 사실이라면 8백년 전쯤의 일이다.
그러나 진도견과 같은 특이한 순종이 아직도 보존되고 있는 것은 필경 그 고장이 육지와는 동떨어진 섬이라는 환경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진도 견이 처음 확인된 것은 불과 40년 전의 일이다. 1936년 경성대 삼위삼 교수가 현지를 답사하고 그 품종의 특이성을 가려냈었다. 따라서 1938년에 이미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되었다.
충실·영민 하기로는 그 어느 개 못지 않은 이 명견이 오늘날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문화재위의 현지조사로 밝혀졌다. 보호의 불성실 때문이다. 노 신이 오늘날 진도엘 갔으면 진도 견들이 무엇이라고 짖어 됐을까. 『천연기념물? 차라리 말이나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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