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행정수도」 땅 값-특조법 제정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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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20일 열린 임시국회에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출함으로써 이제까지 구상단계에 머물렀던 신 행정수도 건설은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 법안이 국회제출로 신 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간접적이나마 입법부의 심판을 받게된 셈이다.
이번 제출된 특별조치법은 지가의 소급동결, 부동산거래의 사전허가제 등을 규정함으로써 전에 볼 수 없던 강력한 토지투기규제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기를 규제하는 과정에서 어느 법률보다도 사유재산권의 행사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이제까지 땅값을 묶는 방법은 대상지역을 지정함과 동시에 그 지역의 기준지가를 고시했다.
그러나 이번 제안된 특별조치법은 대상지역을 선정하지 않은 채 법 시행 일을 기준지가 평가 기준일로 미리 정해놓고 후에 대상지역이 정해지면 법 시행 일의 지가를 소급 적용토록 하고있다.
말하자면 미리 땅 값을 묶어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방법을 택한 것은 행정수도의 입지선정에서 세부적 건설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몇년이 걸릴 정도로 장기간을 요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날 토지투기를 막자면 미리 땅값을 동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입지를 선정하자면 여러 후보지에 대한 지형조사·측량을 실시하고 토지의 이용상황·토질성분조사·천문기상조사를 실시한 후 관계전문가와 국민들의 여론을 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연 그 대상지역이 노출되게 마련이고 이 때 아무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토지투기가 성행, 땅 값의 폭등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행정수도 건설 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사태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
땅값의 소급 동결조치는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사전 준비적 선행조치다.
말하자면 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문제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최대공약수를 찾기 위한 안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거래의 사전허가제는 이같은 투기억제를 더욱 보강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된다.
지가를 동결하더라도 토지투기를 목적한 거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거래내용을 정부가 심사해서 투기목적이나 위장된 용도로 땅을 사려는 것을 막자는데 목적이 있다.
이같은 매매허가제는 이웃 일본에서도 국토이용계획법을 74년에 새로 제정, 도시개발 예상구역에 규제구역을 지정하고 그 구역 안에서는 토지의 매매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선례가 있다.
이번 특별조치법의 제정은 행정수도 건설의 중요성이나 그로 인해 야기될 토지투기 등 사회적 혼란의 우려가 있음을 고려할 때 그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거래규제나 토지수용 때 보상의 불충분 등 개인의 희생이 형평을 잃어서는 안될 것인 만큼 제도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별조치법은 특히 대상지역 뿐 아니라 인근지역에 대해서도 지가동결·매매허가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규제범위가 광범위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제도시행에 따른 사유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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