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호·보험과 한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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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욕·타임스」지의 「레스턴」 부사장이 197l년7월 중공방문 중 북경의 한 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았는데 이때 침과 뜸으로 마취를 하고 통증을 가라앉힌 일이 있다. 「만능」 양의학을 깜짝 놀라게 한 이 사건을 계기로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됐다.
침자·탕약의 특효, 인삼의 약효가 큰 문제로 제기되었으며, 한의학에 대한 학리적 연구 및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국제적 학술회의까지 활발히 전개돼오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나라에선 한의학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별로 높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한의사협회가 15일, 한방의료기관이 당연히 의료보호제도와 의료보험에 참가해야 하는데도 보사부에서 무단 제외시켰다고 항의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하겠다.
보사부의 이번 조치는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의 권리를 행정적으로 규제』해버렸고 『동서의학을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가야하며 의료시혜대상자들이 동서의료기관 중 자유롭게 선택하여 진료 받을 수 있게』해야한다는 한의협측의 건의엔 일리가 있다고 하겠다.
보사부가 한의사를 의료보호·의료보험에서 제외시킨 일은 편파적인 처사였다는 인상을 준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종래 양의와 한의간엔 많은 갈등과 반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몇가지 예만 들어봐도 한의학박사제도가 서양의학자들의 거센 반발을 받은 적이 있다.『학문적 체계가 안 잡힌 한의학에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위심사위원을 3번씩이나 교체, 구성한 곡절 끝에 5명의 한의학박사가 탄생되긴 했다.
다음 큰 시비는 작년 10월 한약 조제권을 둘러싼 한의사와 약사간의 싸움이었다. 이는 약사법의 의약품 정의에 엇갈린 해석 때문이었는데 『특수성·관습으로 보아 한의만이 한약조제가 가능하다』는 한의측 주장에 반해 『한약도 의약품이므로 조제권은 당연하다』는 약사 측의 반론이 있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서양의학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경험의학이기 때문에 학문적 분야에서 아직은 원시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긴 하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선 신비개념의 과학화가 급선무다. 한방의 성가의 척도로 인정되고 있는 비방이나 신비성은 한의학 발전의 가장 큰 저해요인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다른 기초과학과 유대를 갖고 상호협조 하는 연구풍토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국립종합병원과 같이 이미 과학적 체계가 잡혀있는 의료기관에 한방의료연구소 같은 것을 병설하여 공동연구가 이뤄졌으면 한다.
우리나라엔 현재 전국 2개 대학학과에 5백 50여명의 한의학도가 있으며, 4년제의 박사과정도 1개 대학에 30명이나 재학중이다.
그런데 현행 의료법은 한의사를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한의사를 보건소장 임명 등 보건행정에서 소외시키고 이번에 다시 의료보호·보험에서 제외시킨 것은 법의 형평에 어긋난다 하겠다.
보사부는 이 문제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할 줄 안다. 보사부의 조치에 반발한 한의협이 그들의 요구가 8월말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재의 무료진료를 전면 중지하고 협회해체를 검토하겠다니 이런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관계자들의 최선의 노력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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