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교사의 퇴직금과 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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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후의 생계안정문제와 관련하여 퇴직금과 연금 등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퇴직금문제가 사용주와 종업원간의 쟁점으로 되는 경우가 잦고, 법원에서도 이에 관한 소송이 격중일로에 있는 것은 이 같은 추세의 반영이다.
말할 것도 없이 퇴직금은 사용주가 종업원의 근로에 대한 위로나 감사의 표시로서 주는「은혜적 지급」이 아니라 장기간 근무하고 은퇴하는 근로자의 「근속보수」와 「생활보장」을 위해 지불되어야 할 의무적인 급부금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도 『사용자는 계속 근로 연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제28조)고 규정, 법적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금규정이 사규로써 마련돼 있지 않을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데도 우리나라에서의 노사관계의 복합성, 법 해석상의 차이 등으로 퇴직금문제에 관한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엔 일부 사립학교교사들이 근속연한에 대한 연금혜택과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있는 딱한 형편에 놓여있는데서 여러 가지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까닭은 75년1월부터 시행된 사립학교 교원연금법이 법 시행 당시 재직 중인 교사들에 대해 법 시행 일에 새로 임명된 것으로 규정, 재직 일을 75년1월부터 통산키로 한 부칙 때문이다.
따라서 사립학교교사들은 74년12월31일 이전의 근속연한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토록 학교법인측에 요구하고, 법인측은 사실상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니 이는 확실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슨 이유로 사립학교교사들은 공립학교 교사들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아야하는가. 공립학교교사들은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60년부터 연금혜택을 받고, 재직기간에 대한 경과조치로 48년까지 소급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있는데, 어떤 근거로 사립학교교사들에겐 이토록이나 큰 불이익을 안겨주는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이는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뿐더러 사학을 홀시하는 관료주의적 발상의 소치라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문교부가 기왕에 사립학교교사 퇴직금제를 개선키 위해 사립교원 연금법을 재정 했다면 그 입법취지를 살려 전국 사립 중·고 교장회의의 건의를 받아들여 연금법적용의 재직기간 경과조치를 70년에서 61년까지 소급해주고 이에 대한 재정보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는 교육법에 명시된 공·사립학교의 평등대우원칙상으로도 그렇거니와, 실제로도 이 나라 중·고등교육의 56%내지 85%를 사학이 담당하고 있다는 엄청난 비중에서 오는 당위성이기도 하다.
물론 학교법인 측으로서도 비록 퇴직금 누진제에 따르지는 못할지언정 재원부족을 구실로 근로기준법에 따르는 퇴직금지급에 무성의해서는 안 된다.
일반 기업체와는 달리 교육의 장에 있어서까지 퇴직금으로 인한 송사가 벌어지는 불행한 사태만은 사전에 원만히 해결해야할 것 아닌가.
무엇보다도 문교당국은 고교평준화 이후 사학이 재정 등 학교운영전반에 걸쳐 곤경에 처해있음을 바로 인식해야 하겠다. 교원인건비의 절반과 건설비의 전액을 국고에서 보조받는 공립 교와는 달리 사학은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상실한 채 별다른 국고보조 없이 공립과 동일한 공납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이렇다면 사립학교교사들에게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 못하는 것도 학교법인의 엄살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당국은 마땅히 사학경영비 국고보조의 제도화·사학금고설치, 사립교원 연금법의 적용확대 등으로 사학육성 및 사립교사들의 퇴직금을 포함한 생활보장문제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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