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치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카터」미대통령의 제일 큰 매력은 웃을 때 보이는 유난히 희고 건강한 치아들이다.
미국의 국민학교나 중학교에 입학할 때 제일 까다로운 절차는 치아검사다. 입학원서에는 반드시 치과의의 확인증이 첨부되어야한다.
이게 없으면 소아전문치과의에게 끄려가서 X선 검사를 받는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철저한 치료를 받게되고 또 그 이가 썩지 않도록 불소를 바르게된다.
그 뿐이 아니다. 그 후에도 3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한다. 귀찮다는 것은 둘째치고 돈이 큰 걱정거리다.
치과만은 의료보험에서 빠져있다. 그러니까 초진이 75「달러」, 치료비가 1천「달러」가 넘어도 별도리가 없다.
어릴 때 이를 고치지 않으면 끝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누구나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터」의 흰 이는 불소 덕은 아닌 모양이다. 불소의 효과는 성장기에 제일 잘 나타난다.
그런데 「카터」의 어린 시절에는 불소치약도 없었고 수도물에 불소를 타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전북 만경강유역 5개 마을의 어린이들이 반상치병에 걸렸다해서 적지 않은 화제가 되고있다.
반상치병이란 불소함량이 너무 많은 지하수를 음료수로 쓸 때 생기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이애 흰 반점이 아니면 갈색반점이 생기며 치료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반상치병은 이번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온양·유성등 온천지의 주민들 사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에 새삼 이 병이 문제된 것은 지하수오염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보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소오염으로 인하여 반상치병이 생기려면 적어도 10년은 경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김제마을의 치아 병을 전적으로 불소오염의 탓으로 들린다는 것은 속단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이 고장에서는 10년전부터 공장들이 들어서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공장폐수가 문제되는 마을들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폐수들이 상수도원을 오염시키고 불소오염을 가져오지 않는다고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오염된 물을 마신 오늘의 어린이들이 10년 후에 반상치병을 앓지 않게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반상치병은 불치라고는 하지만 심한 고통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미관이 나쁠 뿐이다. 그리고 불소오염이 심한 경우에는 이만이 아니라 암까지도 유발한다지만 음료수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 물론 바꿔 마실 깨끗한 음료수가 있느냐의 여부가 문제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