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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범에 대한 환형 처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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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년 범에게도 벌금형이나 과료 등 재산형을 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법무부의 계획은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이 재산형의 징수를 확실히 하기 위해 18세 이상의 소년에게까지 환형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만18세 이상의 소년을 성인에 준해 취급하려는 동기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으나 각 분야별로 다기한 성년연령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이 경우만 특별한 고려를 한다면 목말의 원도가 되겠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형사관계법에는 책임능력의 증진에 따라 연령별로 다단계기준이 있었다.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형사미성년은 14세 미만이고, 14세가 안되더라도 12세가 넘는 경우에는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
14세가 넘는 경우에도 16세가 안 된 소년은 사형 및 무기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 20세미만의 소년이 장기2년 이상의 유기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에는 장기 10년 이하의 부정기형을 과하게 되어있다.
이렇게 보면 형사법의 경우 20세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나이에 따라 차이는 둘망정, 전반적으로 특별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년연령의 기본이 되는 민법의 규정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성년연령은 만20세다. 이것이 권리·의무의 발생주제로서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널리 적령으로 인정돼 왔다.
헌법상 20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이 인정된 것이나, 징집연령·미성년자보호법의 보호대상 등에 있어 20세를 분기점으로 잡은 것이 모두 그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는 성년연령이 낮아지는 게 세계의 일반적 추세다. 미·영·독·이·인 등 각 국은 민·형사법의 성년연령과 선거권취득연령이 대개 18세로 귀일 되어 가고있다.
18세라면 고교까지의 중등교육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게되는 나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로 보면 환형 유치 가능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는지 모른다.
다만 성년이니 미성년이니 하는 문제를 다룸에 있어선 소년법 같은 특정법만을 따로 떼어 논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성년연령의 인하여부와 관련해서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전체에 대한 고려를 도외시한 채 지엽적인 수정만을 가한다면 즉흥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법 운영이 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범법을 한 소년 중에는 스스로 재산형을 납부할 재력을 갖춘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가족에 의지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가족이 가난해 환형 유치를 당하게된 소년들의 교정효과를 생각하면 이러한 제도는 없느니만 못하지 않겠는가.
그밖에 개정안 중 소년에 수갑이나 포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부분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하겠다. 물론 개정안에는 이에 대한 상당한 제한이 규정되고 있다고는 하나, 이제까지도 법률로 금지해오던 강제구속을 구태여 허용하는 건 법의 진보에 역행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소년법을 개정함에 있어선 미성년자들의 태도와 사회복귀라는 목적에 맞게 신중한 고려와 검토가 충분히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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