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진료과오 소송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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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누구도 『의사는 만능』이라고 자신 있게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가 큰 수술을 할 때 『만일의 경우…』라는 각서 비슷한 것을 환자가족들로부터 받아내는지 모른다.
일본에서도 역시 이 같은 각서가 통용되고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과오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대는 지난 듯싶다. 최근 일본에서는 과오진료에 대한 의사의 책임을 따지는 의료과오소송이 날로 늘고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젊은 변호사들이 중심이 되어 의료 피해상담소까지 문을 열었다. 환자나 가족이 의사의 처방이나 치료가 잘못되어 병이 악화되고, 심지어 생명까지 잃었다고 주장, 법에 호소하는 사태가 늘어나자 이를 사회문제화하고 법에 어두운 피해자 편에 서서 도와주려는 것이 이 상담소의 목적이다.
지난 5월 중순 의료관계 소송에 경험이 많은「스즈끼」 변호사사무소(동경도 강호천구 중앙4-11-9)가 동대부속병원 안에 「의료과오상담소」간판을 내걸자 상담희망자가 밀려 큰 혼잡을 빚었다. 매월 정기 일을 정해놓고 젊은 변호사·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피해상황」을 들은 다음 법적으로 어떻게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료관계소송사건이 많아 벌써 전문변호사까지 있을 정도인데 이 같은 상담소가 개설되어 의료과오에 따른 손해배상의 길은 더욱 밝아지게 됐다.
일본 최고재판소 민사국에 따르면 현재 계류중인 의료과오소송 건수는 모두 7백50여건에 이르고 지난75년 한해동안에만도 2백23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의료피해 상담에 힘쓰고있는 젊은 변호사들은 또 「의료피해와 싸우는 의사·변호사의 모임」까지 만들었다.
이 모임에는 여성 4명을 포함, 20여명의 의사·변호사들이 참가하고있는데 주로 의사의 오진·수술과오·치료 「미스」등에 대한 손해배상의 길을 피해자들에게 조언,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변호사들이 「의료피해」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였다.
변호사 사무실에 의료피해 진정사태가 많이 오는 것에 착안, 「의료피해」가 새로운 조직적 연구대상인 것으로 보고 먼저「의료과오연구회」를 결성한 다음 「의료피해와 싸우는 변호사·의사의 모임」까지 결성한 것이다.
의료 피해 연구에 참여하고있는 변호사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의사에게『비밀준수의무』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피해주장을 입증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보고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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