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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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성·지성을 강조하는 과학적 학문으로서의 철학과 유일신에의 무조건적인 신앙을 그 목표로 하는 신학이 방법론과 목적을 둘러싸고 맞부닥치면 어느 편이 승리할까? 7일 하오 4시 이대에서는 이 두 분야의 교수들이『신학과 철학의 대결』이라는 이색적인 공개토론을 벌였다.
기독교학과와 철학과학생들이 두 학문의 차이와 목적을 좀더 실감 있게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 이 자리에는 현영학·서광선 교수(이상 신학), 소흥렬·신옥희 교수(이상 철학)가 토론에 참가했다. 학생들도 좀처럼 보기 힘든 이 논쟁을 보기 위해 3백여명이 참관, 이날 논쟁은 사회를 겸한 현 교수가 『신이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자연 등이 규정되기 때문에 두 신을 믿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신학』이라고 설명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곧 소 교수는 『과학적·이성적으로 탐구나 회의도 해 보지 않은 채「믿는다」는 게 어떻게 진리탐구가 생명인 학문이 될 수 있겠느냐』고 응수.
그러나 답변에 나선 서 교수는 『맹인이 어둠 속에서 검은고양이의 뒷다리를 우연히 붙잡고 이것이 진리라고 말하는 격』이라고 철학을 비웃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고양이 꼬리가 궁극적 진리라면 이를 추구하는 게 철학이 라면서 『기독교를 믿어야만 빛(진리)을 찾을 수 있다는 신학의 자만을 포기하라』고 공방전을 폈다.
이어 학생들의 질문으로 2시간 반이 넘도록 계속된 이날 논쟁은 모임이 끝난 후 교수·학생들의 자체평가에서 철학과 신학의 추구하는 방향·방법론상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수확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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