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의 실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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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각종 공해로부터 보전해야한다는 인식은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 공통의 과제를 부하시키고 있다. 지난 5일의「세계환경의 날」엔 세계 도처에서 환경보호「캠페인」이 활발히 벌어졌고, 우리 나라에서도 전국환경보호대회 등 갖가지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바로 이 같은 시기에 인체에 해로운 납·「프로말린」등이 대량으로 검출된「플래스틱」식기를 만들어온 악덕 제조업자들이 검찰에 구속됐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선 공해문제가 강 건너의 불처럼 생각되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날로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태계의 황폐 현상마저 예사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자주 보게 된다.
실상 우리도 이제는 하루 바삐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공해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공해의 인간실험장」이라고 불리던 어느 공해 선진국의 비참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물론 최근에 이르러 우리 나라 공해행정도 과거에 비하면 현저하게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감이 있긴 하나 이 나라 공해대책은 아직도 개발과 성장의 구호그늘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법제상의 미비부터가 심각한 문제다.
일상적으로 논란되고 있는 자동차 배기 「가스」규제·토양오염방지규제·군소 산업시설의 오물배출규제 규정이 없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하겠다.
자동차 배기 「가스」의 경우, 구미 각 국과 일본 등은 벌써부터 관계규제법을 만들어 그 배출기준 및 환경기준 등을 상세히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는 여기에 대한 확실한 법규정조차 없다. 다만 도로운송 차량법(38조12항)과 도로운송차량보안기준령(31조)에 이에 관한 언급이 있으나, 그것은 매연과 일산화탄소만을 규제대상으로 삼고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배기 「가스」에 포함돼있는 탄화수소·질소산화물·아황산「가스」·연 화합물을 규제할 방법이 없으니, 이 얼마나 허울 좋은 법인가.
작년 가을부터 검찰이 자동차의 매연단속을 강력히 벌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나 이는 가시적인 「매연」단속에 그칠 뿐 보다 독성이 강한 일산화탄소·아황산「가스」등의 배출엔 아무런 대책이 없는 딱한 형편이다. 마땅히 자동차 배기 「가스」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법규정과 기준을 설치, 보완하여 자동차 「엔진」의 생산·수입과정에서부터 오염물질이 일정기준이내로 억제돼야만 시판을 허가토록 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토양오염방지규제 규정이 없다는 것도 이만 저만한 법적 미비가 아니다.
산업폐수찌꺼기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매립하는 경우, 그것이 주변토지에 스며들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켜 무서운 공해병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 아닌가. 토양오염방지를 위한 양거법 규정마련도 시급한 일이 아니랄 수 없다.
그 중에도 특히 군소 산업시설의 공해방지대책을 실현시킬 현실적인 대책이 서 있지 않다는 것도 경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들 대상업소의 영세성과 공해방지시설설치비용의 과중한 부담을 고려, 특히 중금속폐수에 있어선 이를 오염물질별로 수거·처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기업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당면해서는 위반업체에 대해 벌칙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공해방지법상의 벌칙은 이 법의 제 규정의 시행을 담보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벌금을 많이 매김으로써 개선명령을 불이행 한 채 조업하는데서 얻는 이익보다 벌금으로 무는 손해가 더 커진다면 싫어도 개선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와 함께 무려 9개 부처로 분산돼있는 공해업무를 전담할 공해청의 신설로 모든 공해해정을 이원화·적극화하는 일도 긴요하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하나밖에 없는 지구」가 공해 때문에 파괴돼 가는 현실적 위기가 하나밖에 없는 한국에 있어서는 더욱 절박 하다는 인식이다. 모든 환경파괴와 공해문제의심각성은 최근에 적발된 「플래스틱」식기의 유해성분이 함축하고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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