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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에의 대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날씨가 묘해졌다. 지구가 빙하기에 접어들어 식었다거나 반대로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쓰고 버리는 인위적인 「에너지」로 인해 대기가 더워지고 있다는 등의 거창한 얘기는 논외로 하더라도 최근 우리 나라 주변의 기후가 이상한「템포」로 발전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겨울 한동안 대륙성기 후의 특정인 삼한사온마저 없어진 채 강추위가 계속된 것도 그러한 이변의 한 단면이었다. 그뿐 아니라 해빙기의 각종 붕괴사고가 늘어나고 이른봄의 가뭄이 보리피해를 늘렸던 것도 변덕날씨가 가져온 심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4월에 접어들어 전국적으로 2백㎜이상의 비가 골고루 내린 후 모내기가 한창인 요즘까지 이상고온 속의 심한 일교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의 특성을 닮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농·수산 등 생산활동은 물론「레저」·보건 등 일상생활 구석구석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날씨의 변덕이 심하면 심할수록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의 진폭이 크기 때문에 이상기후에 대처하는 슬기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지난 15일부터 이틀동안 경북 북부 산악지역인 영양·청송·봉화지방과 해안지대인 울진·영일·울릉군 일대에 때아닌 서리가 내렸다. 이 때문에 담배·고추·감자·뽕밭 등 1천3백23경보의 농작물이 얼어 수십 억 원의 피해를 가져왔다고 한다. 현지 농사당국에선 6개군 피해농가 8천6백36호 중 잠종 농가에 대해서는 잠종 대금을 완전 탕감해주고 고추·담배·감자 등의 피해농가에는 군비로 종자 값을 지원해서 콩과 옥수수를 대파케 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니 이상기후가 가져온 예기치 않은 재해의 여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하겠다.
이 밖에도 충북 중원군에서는 모내기시한을 10일 앞둔 오늘까지 모의 길이가 이앙에 알맞은 15㎝보다 0.8∼1㎝나 덜 자라 관내 8천8백64정보의 논에 대한 적기 이앙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경주·월성 지방에서는 못자리에 적고 현상이 번져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중원지방의 못자리는 섭씨20도를 넘는 심한 일교차가 50일 가까이 계속된 때문이며 경주·월성의 적고 현상은 보온 못자리에 비가 자주 내려 산소공급이 제대로 안된데다가 낮에는 강하게 쬐는 태양열 때문이라니 기상이 미치는 유형·무형의 영향은 참으로 심각하다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사과·복숭아·배나무 등 과수들까지 지난3∼4월 개화기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아 과수업자들이 일일이 인공수정을 시키는 불편을 겪었었다. 이는 사과나무의 부란 병을 막기 위해 뿌린 농약의 독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겨울 강추위로 양봉업자들이 관리하던 벌이 떼죽음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상실재해에 더한 대처방안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러면 이러한 기상이변에 대처하는 우리의 기상 예보능력은 어떤가. 취약한 장비와 부족한 인력으로 정확한 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한마디로 돌발적인 사태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방비상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기상투자를 과감히 하여 날씨의 변화로부터 시민생활을 보호하고 농·어업 기상통보에 정확성을 기해 엄청난 재해를 예방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할 것으로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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