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vs 아이컨 … 코카콜라 CEO 13조 보너스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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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투자의 거장들이 논쟁을 벌였다. 워런 버핏(84)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칼 아이컨(78) 아이컨엔터프라이즈 회장이 5일 최고경영자(CEO) 연봉 문제를 놓고서다. 버핏은 CEO 연봉 결정에서 “이사회가 CEO와 전쟁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반면 아이컨은 “이사회가 친목회 같아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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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핏대를 올리며 입씨름을 벌이진 않았다. 버핏은 이날 CNBC와 한 인터뷰에서 “디너파티에서 트림해 옆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 결국 부엌에서 밥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시끄럽게 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직후 아이컨은 CNBC와 인터뷰에서 되받아쳤다. 그는 “이사회가 CEO와 관계가 너무 좋으면 기업 지배구조에 해로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가 CEO를 견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투자 세계에서 이미 구루(Guru) 반열에 올라있다. 버핏은 ‘투자의 귀재’로, 아이컨은 ‘행동주의 투자자’로 불린다. 둘은 투자 철학·전략이 서로 다르지만 날 선 논쟁을 벌이진 않아왔다. 그런데 왜 이번엔 서로 비판을 서슴지 않았을까.

 화근은 코카콜라 경영진 보수였다. 지난달 코카콜라는 2014년 경영 성과에 따라 CEO 무타 켄트 등 경영진에게 주식 5억 주를 보너스로 주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주식 보너스는 전체 발행 주식의 14.2%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라며 “주가와 옵션 행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체 가치가 130억 달러(약 13조4000억원, 올 3월 말 기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버핏은 코카콜라 최대 주주로서 “너무 지나친 보상”이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그는 “경영진과 맞서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문제의 보수안은 주주총회에서 78%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다혈질인 아이컨이 발끈했다. 그는 3일 투자전문인 배런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버핏이 코카콜라 경영진 보수에 반대하면서도 그들과 맞서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는 논리적으로 터무니없는 보수안에 찬성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버핏이 2007년엔 최대 주주가 나서면 CEO의 지나친 연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그는 행동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버핏은 지난주 말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사이좋게 지내려는 게 사람들의 속성”이라며 “칼 (아이컨)은 그런 유전자가 부족하다”고 되받아쳤다.

 헤지펀드 전문매체인 알파는 “두 사람이 현대 기업체제의 핵심인 이사회-경영진의 관계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며 “주주로서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에서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먼저 버핏은 조용하게 주주로서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는 경영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신 우선 신주인수권을 받아낸다. 또 자신이 주식을 처분하기 전엔 경영진이 주식을 한 주도 팔 수 없도록 했다. 조용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반면 아이컨은 버핏처럼 별도 안전장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주식을 매집해 일정 지분을 확보한다. 그러곤 경영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론전을 펼친다. 지지자를 끌어모아 이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그가 출현하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는 늘 소란스러웠다. 그가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일반 투자자는 누구에게 베팅하는 게 좋을까. 두 거장의 회사는 모두 상장돼 있다.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아이컨의 아이컨엔터프라이즈는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이컨의 회사가 상장된 지난해 1월 초부터 이달 5일까지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34% 정도 올랐다. 반면 아이컨엔터프라이즈는 100% 넘게 상승했다. 주가 비교가 모든 경영성과를 보여주진 않지만 일단 아이컨이 승자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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