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군도의 원혼 32년만에 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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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차대전중 남양의 밀림속에서 이름없이 숨져간 5천여명의 한국인 원혼(원혼)이 15일 상오 11시 40분JAL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충남천원군 「망향의 동산」에 안장됐다.
32년만에 영혼으로라도 고국의 품에 안긴 이들은 일제하의 징병·징용으로「사이판」·「티니안」섬 등지의 남양군도로 끌려가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
이혜성도선사주지의 집전으로 공항광장에서 발인식을 거행한 후 이들의 유골은 한국사회사업대학생 16명의 가슴에 안겨 「망향의 동산」으로 향했다.
반야심경의 숙연한 독경속에 「망향의 동산」 귀정각에서 엄숙히 거행된 위령제에는 이들의 봉환(봉환)을 적극 도와준「필리페·C· 멘디을라」「티니안」시장·「조세·R·크르즈」상원의원·「티니안」교포2세「존·B·킴」씨등 2백여명이 참석했다.
「사이판」·「티니안」전몰무명한국인영령봉환 추진위원회 위원장 이용택씨(48)는 추도사에서 『남의 전쟁에 끌러가 처참히 산화한 고혼들이여, 이제라도 편히 잠드소서』라며 영령을 위로했다.
망향의 한을 품고 밀림속에 묻혀있던 이들이 늦게나마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한국사회사업대의 설립자인 이영직목사(83)의 끈길긴 노력의 결실.
이목사는 지난 75년 태평양지역 특수교육기관 설립관계로 「사이판」과 「티니안」섬을 방문, 징용으로 끌려온 최몽룡씨(65·경남창령출신)등 동포4명을 만나 『2차대전때 죽은 한국인무덤이 「티니안」섬 어디엔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들의 유골을 고국에 이장할 것을 필생의 업으로 결심한 이목사는 76년10월 다시 「티니안」을 방문, 「멘디올라」「티니안」시장을 만나 이 지역에서 한국인 5천여명이 희생됐음을 확인, 구체적인 도움을 약속받았다.
이목사는 교포2세「킴」씨등의 도움을 얻어 3일동안 「정글」속을 헤매던 끝에「조선인지맥」라고 쓰인「콘크리트」묘비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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