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천씨가 내다본 80년대의 한일관계|소아병적 일본언론 한일 선린 가로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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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내외 「뉴스」사장「하세가와」씨는 6일 신문회관에서 『80년대의 한일관계』에 대해 강연했다.
중앙일보·동양방송과 한국 국제문화협회 초청으로 내한한 그는 강연에서 한일양국은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하고 국제정치에서 서로 「합작제휴」하지 않으면 다같이 불행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하세가와」씨의 강연 요지-.
전후 일본인들은 평화라는 공염불에 현혹되어 육해공 3군과 그 밖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는 잠꼬대 같은 헌법규정을 금과옥조처럼 고집하고 있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날 공산은 적지만 압도적인 무력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의 「핀란드」화 공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금번 소련정부와의 어업교섭에서 일본국민들은 뼈에 사무치도록 깨닫게 되었다. 지금의 세계정세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으며 강대한 무력집단 앞에서 한일양국은 순치보차의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외교가 「쥘·칸본」이 50년 전 『지리가 외교를 결정한다』고 간파한 것처럼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인 인연으로 보나 한일 양 국민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운명공동체의 관계에 있다.
한국인은 오랫동안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하에서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독립을 제일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덜레스」씨가 역설한 것처럼 현재의 국제정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독립」만으로는 부족하고 「상호의존」이 독립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특히 한일 양 국민은 모든 분야에서 합작제휴에 힘쓰지 않으면 다같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민족적 불행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한일관계가 정상화 됐을 때 「라이샤워」박사는 나에게 『이제부터 한일 양국은 퍽 사이 좋게 지내리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식민통치 등 불행한 일들이 많았지만 두 나라처럼 선린관계가 원만했던 예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배경에서 볼 때 한일 양 국민의 상호이해에는 사실 어려운 면이 많았다. 그러면 두 나라 국민의 상호이해는 바랄 수 없는 것일까.
일본사의 대가로 유명한 「조지·삼손」씨는 그의 저서 『일본문화사』에서 한반도의 남부와 일본의「이즈모」 및 그 밖의 산간지방은 한 나라였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옛날에는 상호 간에 언어의 장벽도 없었고 두 나라 국민사이의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보면 원래 한일 두 나라 국민은 한 핏줄이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역사시대에 들어와서도 중국이나 한반도에서 일본에 건너간 민족이 농경과 길쌈, 논어와 천자문을 전파했으며 이를 전후하여 불교가 전파되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양국은 『한 뿌리에서 자라난 두 민족』이기 때문에 서로 조금만 배려한다면 반세기정도면 서로 이해하게 되어 관대한 마음으로 사이좋게 지내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언론들은 한국의 좋은 점을 배우려 하지 않고 소극적인「마이너스」면만을 편향 보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것은 소아병적인 현상이다.
이것이 하루 빨리 시정되어 양 국민의 우의와 친선이 증진되길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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