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두뇌의 유치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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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라「딩크·탱크」의 기간이라 할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두뇌유치의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절박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아직도 미흡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해외에 유출된 과학 기술자 등 우수한 우리 나라 두뇌를 국내에 불러들이는 사업은 중화학 공업 추진을 통해 고도성장을 성취하려는 4차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키 위해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 동안 추진해온 해외인력 유치사업은 그 중요성에 비기면 실적이 보잘 것 없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고쳐야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책이 시급함은 긴 설명의 필요가 없다.
그런데 해외두뇌 유치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를 전담할 국가기관이 없어 유기적이고 장기적인 근본대책을 성안할 수 없었다는데 있다.
문교부가 구상하고 있다는 해외 유학생 국내취업 알선책은 과기처가 68년부터 추진해온 과학 기술자 유치계획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시책으로 국내 취업 희망자를 관계기관에 소개하는「복덕방」식 유치사업이란 점에서도 이렇다 할 의의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인력 유치계획이 문교부와 과기처 등 정부 부처간에 분담돼 추진되는데 따른 부작용은 소요인력의 이중파악 실적경쟁에 따른 자료제공 기피현상 등으로 유치사업의 절대적인 저해요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해외에 유출된 우리 나라의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적극 유치, 중화학 공업을 추진할 기간요원으로 확보키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국가기관을 신설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겠다.
전담기구는 해외 유학생 등 우수두뇌의 국내 유치사업 이외에도 보사부가 맡고 있는 해외 이민문제·노동청의 해외취업 인력관리·문교부의 재외국민 교육문제 등 해외인력을 총괄하는 기능을 갖춘 교민청과 같은 국가기관의 신설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해외두뇌의 국내 유치사업은 전담기구의 신설 이외에도 해결해야 될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귀국후의 연구활동 가능성과 취업보장, 적절한 대우수준 등이 확실치 않는 한 우수한 해외유학생의 유치가 매우 어려우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지난 22년간 유학생 총수 1만2천9백70여명 가운데 귀국자가 고작 24%밖에 안된다는 실태는 이 같은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점들은 첫째 우리 산업계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조사, 그 결과를 해외두뇌들에게 수시로 알리는 홍보활동이 앞서야 할 것이다. 둘째는 학벌과 지면 등에 의한 편파적인 인력유치를 지양하고 좀더 문호를 개방하는 실력위주의 유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째, 돌아온 두뇌가 국내여건에 실망,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역류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해외 유학생의 국내유치를 위한 국비유학생 제도의 대폭 확충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금년부터 시행되는 국비 유학생제도는 정부예산으로 대학졸업자 가운데 중화학 분야 등 정예분자를 골라 귀국 후 취업조건으로 2∼3년 해외에서 학술을 연마토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해외유학생의 숫자와 전공분야를 국가적인 인력 수급계획에 맞도록 조절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의 해외유학이 결과적으로 76%의 두뇌유출을 장려한 셈이라는 비난과 귀국을 기피하는 유학생들에 대한 지탄은 해외두뇌 유치를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의사가 구체화 될 때 저절로 해결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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