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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생활 환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푸른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5월을 청소년의 달로 정한 것도 아마 소중한 우리 청소년들이 빛나는 태양 아래 싱그럽게 피어나는 신록처럼 자라기를 바라는 성인사회의 염원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는 말과는 달리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진심으로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사회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소홀했다는 느낌조차 없지 않다.
청소년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될 때는 그들이 비행·범죄 등 어떤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을 때거나 아니면 교육주간이나 청소년의 달과 같은 연례행사 때가 고작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로 망각되거나, 또 설사 관심을 표명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대개 일시적 미봉책이나 수식 구에 끝나버리는 수가 허다한 실정이다.
경제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는 그 주요관심이 성인에게 쏠리고, 따라서 어린이·노인들과 함께 청소년들은 발전정책 밖에 방기되기 쉬운 것이다.
비생산적인 비 취업인구에 대한 「투자」보다는 생산적인 취업인구의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며 효과적이라는 공리적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풍요속의 불행」, 즉 범죄·자살·정신질환·이혼·소외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 주된 원인이 그들의 발전과정에서 성장하는 세대를 등한시한데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들의 이런 불행에서 교훈을 찾아 더 늦기 전에 청소년 문제를 보다 근본적인 면에서 다루고 청소년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나가야 하겠다.
이번 25번째의 교육주간을 맞아 대한교련이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청소년 문제를 다룰 상설기구 설치를 제의했고, 서울 청소년회관과 한국 행동과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국가발전과 청소년』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 매우 진지하고 현실적인 제의를 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에 무엇보다도 청소년의 특징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는 생리적 연령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은 문명사회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원시사회와 전근대적인 전통사회에서는 청소년기가 없어 아동기에서 곧바로 성년기로 넘어갔고, 따라서 사회참여의 기회도 빨랐고 지위도 높았다.
예컨대 멀리는 신라통일이 청소년 화랑도를 중심으로 성취됐고 이차돈도 순교의 종교적 신념을 21세에 확립했다. 근세 초기의 이른바 개화기만 하더라도 청소년기 인물들이 신문사·잡지사의 발행인이나 편집장, 학교 설립자, 문화계와 종교계의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엔 옛날 같으면 당당히 어떤 행세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사회현실이 이를 허용치 않기에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설사 능력이 있어도 항상「주변인」으로서의 좌절과 울분, 욕구불만에 사로잡힌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정신적 고민과 갈등이 오만적 충동을 자극하는 유해환경과 퇴폐풍조의 영향을 받게될 때 그들은 비행과 범죄까지를 저지르게 된다.
청소년들의 도덕적 타락을 막고 도의심을 앙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청소년 선도를 위한 건전하고도 밝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곧잘 고리타분 하다고 느끼는 충효사상이나 전통윤리를 그대로 설교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에 맞게 가르쳐야 하고 그들이 성장하여 민주시민으로서 역할 하는데 필요한 자립·협동·성실·근면·정직 등의 생활철학을 몸에 익히도록 실제로 경험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낭만과 정열을 발산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청소년 문화「센터」등의 문화·교육시설을 많이 설치하는 일이 시급하다.
가정·학교·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청소년들이 그 안에서 안식할 『개척지의 「캠프」』역할을 다할 때 청소년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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