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한 잔치…봄 국전|재 개혁 첫해…왜 대통령상이 못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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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전을 재 개혁한 첫해의 봄 국전은 자포자기 상태. 심사위원 자신들의 말을 빌면『어쩐지 구질구레한 것 만 모아 놓아 완전히 소외당하는 느낌』이라 한다. 최고의 대통령상을 스스로 포기했거니와 도무지 전과 같은 풍성한 잔치 기분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봄 국전은 종래의 분류방식에 따르면 3부, 4부의 통합체. 하지만 내용상으론 기예·공예·건축·사진의 전혀 이질적인 4개 분야가 한자리에서 전시될 뿐더러 하나의 최고상(대통령상 및 국무총리 상)을 놓고 각축전을 벌여야하는 묘한 판국이 됐다. 이에 비해 가을 국전에는 회화·조각끼리만 뭉쳐 순수미술의 잔치를 벌이게 돼 봄 국전과는 아주 대조적인 상태.
그렇다고 해서 봄 국전 4개 분야의 출품자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예년의 점수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것임에도 심사위원들은 맥이 풀렸고 또 관람객도 그렇게 여길 것이 예상된다. 그것은 (1)봄 국전 4개 분야 당사자들의 소외감을 지적할 수 있고 (2)이 4개 분야로선 종합 미전으로서의 격조가 떨어지며 (3)4개 분야가 역사적으로나 기능 면에서나 횡적인 연관이 없어 서로 봉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축분야는 12점 출품하여 7점 입선. 심사위원이 7명이라면 응모보다 오히려 비대한 현상이다. 요즘 건축 계의 신인들은 국전 출품을 도외시하며 막상 바쁜 직장(설계)일에 여가조차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건축분야에선 입선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은 뽑았지만 대통령상의 후보는 아예 내지 않았고 초대작가상도 후보를 내지 않는 등 시들해졌다.
사진분야는 심사를 앞두고 자중지난이 일어나 골치였다. 심사위원이 2명이나 사퇴했고 초대 및 추천작가 수명이 출품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져 모두 의욕상실.
공예분야는 그 동안 국전에서 차지한 비중에 비하여 가장 피해를 본 편이다. 이번 심사에선 서예와 마주 겨루었는데 공모부문과 기성작가 부문에서 한결같이 참패했다.
이번 최고상이 된 국무총리 상이나 초대작가 상은 서예에서 차지했고 다만 추천작가상만을 공예가 겨우 따냈다. 『딴 분야사람들은 평면적인 것만 볼뿐 공예의 예술성과 기능 면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평이다.
서예 분야에선 당초부터 대통령상을 내자고 주장했다는 뒷 얘기다. 그러나 그밖의 다른 분야에선 최고상을 낼 의사가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 넘겨줄 명분도 없었던 것 같다.
결국 투표과정에서 과반수 표를 얻을 수 없으리라는 이유를 들어 합의, 차석의 국무총리 상만을 낸 것이다.
국전은 제도상의 부작용을 막고 운영의 기능적인 것만 고려하다보니 이제 엉뚱하게 빗나가 봄 국전의 경우엔 자멸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최선의 방안은 그전의 상태로 되돌아가 가을로 모두 합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며 덕수궁 행각까지 쓰면 되지 않겠느냐는 조언이다.
이런 사실들은 ,국전이란 제도자체가 극한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예술행위에 대해 국가에서 면허장 내지 배급을 부여하는 방식은 이미 낡은 예술지원책.
개성위주의 민전이 속출하는 단계이므로 국가의 지원방향도 폭넓게 제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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