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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걸린 석면공사 미의 식수원 보호 투쟁(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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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 석면 재판이 전국적인 관심을 끈 이유는「미네소타」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석면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브루클린」에 사는「도로디·코언」이라는 부인은 남편「에마누엘·코언」이 지난해 석면으로 인한「메조테리오마」로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17개 금속회사를 상대로 3백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뉴저지」주의「호웰」읍에 사는「이렌·살라에」부인은 13살 된 아들「조셉」군이 학교에서 석면가루를 마셔 중독증에 걸렸다고 이 지방 위원회를 상대로 2천만「달러」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한국교포 쌀에도 섞어>
지난해에는「워싱턴」교외에서도 우면 가루가 바람에 날려 큰 소동을 벌였고「뉴욕」에서는 한국과 일본교포들이 사다먹는 쌀에 석면이 함유된 석가루를 칠하여 한국식품점 일부가 큰 재난을 당하기도 했다고.
「로스앤젤레스」의「캘리포니아」대학기숙사, 「예일」대학의 10층 짜리 예술관도 석면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다. 내화를 위해 벽이나 천장에 분무기로 뿌린 석면 먼지가 말썽이 된 것이다.
석면은 여자들의 화장품·어린이들의 고무풍선, 그리고 신사들이 피우는 담배의 봉합재로도 쓰이고 있으니 만큼 세상 사람들은 지금 석면 먼지 속에 살고있는 셈이다.
그것이 다만 미국에서는 정부와 소비자보호단체가 앞장서서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 다른 나라들과의 차이다. 「미네소타」의 석면재판에서 한가지 특이한 것은 현지 주민들의 소극적인 태도다.

<공장 문 닫겠다고 엄포>
그것은 그 지방사람들의 생업이「라저브」광업회사의 존재에 크게 매달려있기 때문이다. 「트루스·트리뷴」지의 어떤 기자는 본 특파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시민들의 대부분이 최고 재소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실버베이」의「멜빈·켑크」시장은 그거야말로 희소식이라고 좋아했다. 「켑크」시장의 본업은「리저브」광업회사의 기술자이고 시장은 부업이다. 미국의 소도시 시장들은 한국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같이 생업을 따로 가져야 하게 되어있다.
「실버베이」의 인구가 3천5백명인데「리저브」광업회사의 종업원이 3천2백명이니까 주정부가「타코나이드」부스러기 처리장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겠다는「리저브」광업회사의 협박이 주효한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암에 걸릴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험성보다는 일자리를 잃게되는 가능성을 더욱 두려워 한 것이다.

<의원들 매수했다 비난>
이렇게 해서 싸움은 그 지방주민들과「리저브」광업회사가 한편이 되고 EPA와 주 정부 및 몇몇 소비자보호단체가 다른 한편이 되어 진행되었던 것이다.
소비자보호운동의 기수「랠프·네이더」는 본 회사들이 현금공격으로 주민들과 그 지역 출신 상원 및 하원의원들을 매수했다고 비난했다.
석면재판을 계기로 암의 공포는 전국으로 번지고 특히 대표적인 직업병의 하나인 우면(진)폐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이제는 석면을 원료로 쓰는 회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뉴욕」같은데서는 육체노동자의 사인에서 석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밝혀져 EPA와 주 정부가 만족할만한 승소는 하지 못했어도 석면이라는「마술의 광물」의 정체하나는 완전히 벗긴 성과를 거둔 셈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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