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농토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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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강·평택 지구 및 영산강 유역의 농업종합개발사업(1단계)이 성공리에 끝난데 이어 삽교천 유역 2만4천7백ha를 전천후 농토화하기 위한 삽교천 농업개발사업이 13일 착수됨으로써 전국농토의 전천후화 사업은 이제 본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좁은 국토에 좁은 농경지, 그나마 그 농경지는 수 천년 동안 홍수와 가뭄에는 무방비 상태인 채 방치되어 왔던 게 우리의 실정이다.
조금만 가물면 농토는 온통 거북 잔등처럼 갈라지기 일쑤였고, 1주일만 연거푸 비가 오면 침수소동을 벌어야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농경지였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농업국이면서도 우리의 농사는 하늘에 의존하는 전근대적 농법에서 탈피할 수가 없었다.
농사는 기본적으로 물 관리 여부에 따라 풍흉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시시피」강에 홍수가 들 때 세계식량사정이 핍박을 면치 못했고, 4대 강이 바닥을 드러낼 때 우리는 언제나 흉년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예측할 수 없는 하늘의 조화를 인간의 힘으로 어느 정도나마 극복하자는 것이 바로 4대강 유역종합개발사업과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인 것이다.
이번에 착공된 삽교천 지구 농업개발사업은 영산강 지구, 금강·평택지구사업에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 역사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충남 아산·당진·예산·홍성 등 4개 군에 펼쳐져 있는 삽교천 유역 2만4천7백ha의 농경지는 그 동안 광대한 평야와 구릉지대 간석지를 두고 있으면서도 농업용수원을 확보할 수 없는 지형조건 때문에 가뭄과 홍수를 되풀이 겪어왔다.
더욱이 조금만 가물면 삽교천 하구에서 유입되는 해수로 농경지 대부분이 고해를 입어왔고, 또 홍수 때는 배수가 안돼 농사를 망치는 예가 허다했다.
삽교천이라는 천혜의 용수원이 있으면서도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해 유역 일대 농경지는 모두 천수답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 지구개발사업은 바로 이 삽교천을 풍요의 젖줄이 되도록 우리의 힘으로 개조, 홍수와 가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 의의가 매우 큰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삽교천 하구를 막아 응대한 인공저수지가 생기면 이는 곧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식수와 공업용수로도 이용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 사업은 용수문제 해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펄을 옥토화 하는 간척사업을 겸하고 있어 국토확장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삽교천 하구를 막음으로써 개펄이 농경지화 하는 면적은 2천3백73ha에 이른다고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농경지 면적을 생각하면 이 같은 간척사업은 농경지를 확대, 식량난을 해결하는 길이 될뿐만 아니라 국토도 확장되어 국력의 신장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서남해안에는 삽교천 유역과 같이 간척 가능지구가 무수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원이 넉넉지 못해 급히 서두를 수는 없겠지만, 몇 대에 걸친 장기적 노력으로 국토를 크게 확장하겠다는 끈질긴 의지를 가지고 착실한 사업을 수행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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