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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층 넓히고 새 차원서 기술 개발을|한계점에 이른 한국 탁구 소생 방안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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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버밍검(영국)=이근량 특파원】제34회 세계 탁구선수권 대회는 중공의 독무대로 끝났다. 한국은 여자단체 준우승과 신예 이기원이 분전, 여자복식 및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는 위로밖에 남은 것이 없다.
이런 결과는 한국탁구가 벽에 부딪쳤다는 점에서 큰 문젯점을 던져주고 있다. 즉 세계정상 탈환이라는 한국탁구가「버밍검」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은 2년 후에 있을 평양대회에서 획기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없는 한 계속 중공과 북한의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단체전에서 이에리사·정현숙이 중공의 장립·장덕영에게 완패했고 개인전에서도 이에리사가 장립에게 3-2로, 그리고 이기원이 장덕영에게 한「세트」를 뺏고 25-25까지 한때「듀스」를 이룬 것이 실력발휘 전부였다.
한국탁구가 이렇게 중공에 완패한 것은 한마디로 중공이 지난 75년「커커타」대회 후 2년 동안을 대한 국전에 대비해 왔는데 비해 한국은 뜬구름 잡듯이 막연히 중공전력을 가장해 왔다는 대비책의 차이인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공과 북한은 한국 및 그 밖의 유망 선수들의 기술을「카메라」4대로 일일이 담았다. 즉 2년 후를 대비해 벌써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정책적인 뒷받침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밀고 있는 중공과 북한의 탁구를 한국이 대항하기에는 이게 한계점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특히 중공은 이번 대회에 80명의「매머드」선수단을 파견, 완전히 중공 물결을 이뤘다.
이에 덩달아 북한은 중공을 업고 자못 기세가 등등, 마치 공산국가들의 친선경기 같았던 것이 이번 대회였다.
따라서 일부 서방기자들은『탁구가 이처럼 중공의 전유물이 됐다면 세계대회의 뜻이 없다』고 뒷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중공은 경기 때 북한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지도하기도 했고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장립이 북한의 박영순에게 패권을 양보한 인상을 줘 한 서방기자는『그들은「핑퐁」을 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탁구대회는 중공의 정치「쇼」로 변하고 있는데 2년 후에 있을 평양대회에서는 그 농도가 더욱 짙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 우리에게 더 큰 문젯점을 주고 있다.
북한의 정치적인 장난으로 우리가 평양대회에 못나가도 문제가 되는 것이며 설사 그들이 세계 서방 각국의 여론에 굴복해 우리의 출전을 가능케 해도 소기의 성과를 못 거둘 때는 그 실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탁구는 이에리사에게 새로운 기술개발을 부여하고 은퇴하는 정현숙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 이번에 선전한 이기원 등 신진 후진양성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가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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