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제54화>배재학당(고종황제가 1886년 하사한 현판의 글씨)(52)|이중졸업|윤성열(제자·윤성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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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년제였던 배재고보는 1922년4윌 일본 문부성의 조선 교육령에 의해 5년제로 개편됐다.
배재는 5년제로 된 후에도 학당과 「고보」가 여전히 일원적으로 운영됐다. 일일이 총독부당국의 규제를 받는 고보와는 달리 학당은 교과목이나 운영규칙이 훨씬 자유로왔다.
학당의 학제는 3년제였고 성경을 정규과목으로 가르쳤다. 「아펜젤러」2세 교장은 고보에서 5년간에 배우는 것을 학당에서 3년동안 모두 배우도록 하기 위해 음악·체육·미술 등의 과목을 빼고 다른 과목시간을 늘려 보조를 맞추도록 했다.
학생들은 입학 후 마음대로 학당과 고보 쪽을 양자휴일 했다. 그러나 당시의 추세는 고보 쪽을 즐겨 택했고 실력 있고 상급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주로 고보 쪽으로 몰렸다.
배재학당은 고보인가로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키 위해 1916년 한국최초의 난방시설을 갖춘 교사를 신축했다. 연건평 4백28평의 4층 건물인 신교사의 공사비는 미국 감리교 선교부가 4만 「달러」를 부담하고 국내모금으로 1만 「달러」를 충당했다.
한편 총독부의 교사 자격 규제법령에 따른 교사진도 확보, 1918년에는 12명의 쟁쟁한 한국인 교사가 이사회의 정식 인준을 받았다. 1915년부터 배치된 일인 교사는 다음해에 2명, 1917년에는 3명으로 증원됐다.
재학생 수도 1915년 2백명에서 1918년에는 4백교명으르 크게 증가했다.
교사 월급도 1912년 한국인 교사가 최고 연 40환이었던 것이 4년 후에는 5백40환, 1919년에는 7백50환까지 받았다. 그러나 강제 배치된 일인교사의 월급은 이보다 훨씬 높아 7백20환(1916년), 1천1백81환(1919년)을 받았다. 배재학당에서 이같은 연 최고 봉급을 받는 일인 선생은 「야마구끼」였다.
학생들의 입학금은 1915년부터 1인당 1환씩을 받았고 수업료는 1917년부터는 3학기로 나누어 1·2학기는 4환씩, 3학기는 2환씩을 받았다.
배재교보가 5년제로 되자 이미 4년제를 졸업한 사람들이 다시 편입해 한 사람이 두 번씩 졸업생이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특히 4년제를 마친 후 의전에 진학했던 졸업생들 가운데 이같은 경우가 많았다.
총독부는 1922년부터 5년제 고보 출신에게는 의전졸업 후 시험 없이 의사자격증을 주고 4년제 출신은 의수고시를 치르도록 했다. 그래서 「세브란스」·경성 의전 등의 4각모를 쓴 대학생들이 다시 삭발에 빵 모자를 쓰고 5년제 고보를 다니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배재고를 두 번 졸업, 제5회와 8회 졸업생이 된 정기섭(74·현 서울 안국동 정 이비인홋과 병원장)을 들 수 있다. 그는 1921년 4년제 고보 졸업 후 「세브란스」의전에 입학했다. 「세브란스」2학년 재학중 고보학제의 변동에 따른 의사 자격증 획득문제가 구분되자 그는 다시 배재 고보 5학년으로 편입했다.
정기섭은 1923년 봄부터 4각모자 대신 둥근 빵모자를 쓰고 후배들과 다시 배재고보 학생이 됐다. 당시 배재고보 교사였던 김「마리아」의 부군인 이원식씨는 고보학생으로 돌아온 그를 몹시 거북해 했다. 자연 연령이 2년 연상밖에 안되는 이원식 선생은 교무회의에 정기섭학생의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
이미 졸업생이고 연령도 비슷해 수업시간에 다투기가 곤란하니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교무회의는 정기섭을 무보수 서무과 서기로 근무시키고 졸업장만 주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그는 1년 동안 서기 노릇을 하고 5년제 졸업장을 다시 받고 「세브란스」의전으로들아갔다.
이무렵 배재고보 앞에는 학생들 사이에 「배재호텔」로 불리는 유명한 중국인 빵집이 있었다. 순 배재학생을 상대로 하는 이 빵집은 점심시간이면 초만원을 이루었고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사먹는 학생이 더 많았다.
값은 모두가 2전5이씩이었고 증류와 크기만 달랐다. 설탕을 넣은 월병·밀가루만 뭉친 직사각형 빵·팥빵·「카스텔라」비슷한 지당가위 등 4종류 있는데 크기가 달랐다.
교내에서도 별 차별의식이 없었지만 특히 빵집에서는 상하급생 의식이 전혀 없이 아주 화기애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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