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 여행사까지 운영 "아해사진전 관광패키지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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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여행사. 이 여행사는 최근 압수수색을 당한 문진미디어 빌딩 2층에서 영업하다 2007년 현재의 장소로 이사 왔으나 현재까지 간판도 달지 않았다. [구혜진 기자]

30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 빌딩 2층 A여행사. 사무실 문 앞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관광 상품을 안내하는 광고물이 세워져 있었다. 이 여행사는 유병언 전 ㈜세모 회장 일가가 운영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문어발식’ 경영이 해운·조선·유통·식품·건설·디자인·다단계에 이어 여행사까지 뻗친 것이다.

 A여행사는 최근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문진미디어 빌딩 2층에서 영업하다 지난 2007년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오피스 빌딩으로 옮겼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문진미디어 빌딩 2층을 여전히 회사 주소로 사용하고 있다. 문진미디어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여행사 공동대표인 백모(54)씨는 유 전 회장과 관계된 건설회사 트라이곤코리아의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48)씨가 대표로 있는 디자인회사 모래알디자인의 이사 직책도 가지고 있다. 여행사 사내이사는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감사를 맡고 있는 박모(55)씨다. 회사 공동대표 장모(55)씨와 직원 한 명이 매일 출근하고 있다.

 A여행사는 ‘아해(Ahae)’의 해외 사진전이 포함된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구원파 신도 박모씨는 “아해 사진전이 포함된 패키지 유럽여행 관광상품이 A여행사를 통해 판매됐다”며 “일반적인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비교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여행사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만난 A여행사 직원은 “사진 전시회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에 출근한다던 공동대표 장모씨는 이날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은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영국·체코·이탈리아·러시아 등 유럽을 돌며 전시회를 개최했다. 2012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사진 전시회는 혁기씨가 설립한 ‘아해프레스프랑스’가 주최했다.

 근처 여행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학생들 어학연수 용도라며 필리핀 마닐라행 티켓을 유독 많이 구입했다고 들었다”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여행 상품을 많이 판매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는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된 B어학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혁기씨는 2008년까지 B어학원의 이사를 지냈다.

전 구원파 신도 박모씨는 “방학이면 A여행사를 통해 초·중·고등학생들을 필리핀 어학원으로 연수를 보냈다”고 했다. 또 구원파 대학생은 A여행사를 통해 중국·미국·베트남·필리핀 등에서 방학 동안 영농체험 성격의 실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1990년 세모가 매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벤더 농장도 학생들의 실습지 중 하나로 운영됐다고 한다.

강기헌·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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