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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달리던 공군전투기 이륙 직전 미사일 1발 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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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월호 침몰로 사회 전반에 걸쳐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군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엔 17전투비행단 훈련 과정에서 팬텀 전투기에 부착된 열추적미사일(AIM-9)이 분리돼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투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서 속도를 높이던 중이었다. 미사일은 땅에 부딪힌 충격으로 일부 파손됐지만 폭발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미사일이 폭발했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군 관계자는 “2001년 F-5 전투기에 장착된 AIM-9 미사일이 오발된 적은 있었지만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분리돼 떨어지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사일이 분리돼 떨어진 이유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나 미사일의 결함과 정비 불량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 후 전군에 음주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육군본부 소속 헌병 장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육군본부 헌병실 소속 A대령은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충남 계룡시 육군본부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경찰에 단속됐다. 단속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로 측정됐다. 100일간 면허정지(0.05% 이상, 0.1%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다. A대령은 조사에서 동학사 인근에서 친구와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앞서 19일에는 육군의무학교 소속 대위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되는 0.164%였다.

 북한 무인기에 방공망이 뚫린 것이 드러나 전군에 비상이 걸렸던 4월 초에는 전남 목포 제3함대에 정박해 있던 1800t급 호위함 서울함에서 30㎜ 함포 한 발이 오발되는 아찔한 사고가 벌어졌다. 이 포탄은 인근에 정박한 충남함을 스치고 부대 인근 야산에 떨어졌다. 다행히 민간인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함에 탑승했던 부사관 1명이 손에 찰과상을 입었다. 당시 포신이 높게 놓인 상황이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자칫 우리 함정이나 부대 방향으로 정조준됐으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였다.

 올 들어 군은 장성택 처형과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군기 강화를 강조했지만 연초부터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새해 첫날에는 강원도 화천에서 육군 대위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 충돌했으며 3월에는 해군 소속 부사관이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잦은 군기 사고는 기강해이가 주요인이다. 일각에서는 군의 피로감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한 일선 부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경계근무나 대비태세 강화 등 긴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수 개월째 지속됐다”며 “금지 사항도 많아지고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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