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심한 가뭄의 여파? 미에『구름 소유권』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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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해 2백 해리 선포를 둘러싸고 바다의 소유권 쟁탈이 한창인 요즘 미국에서는 하늘, 정확히 말해 떠있는 구름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서부 각 주간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분쟁의 발판은 최근 이상기후 현상의 하나로 미국 서부지방이 혹심한 가뭄에 시달리다 못 해 그 타개책으로 인공강우를 실험한데서 발단됐다.
문제의 주는 미국 서북부의「워싱턴」주. 주 당국은 대략 10억「달러」에 달하는 밀·과일 등 농작물을 제대로 수확하려면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서둘러「긴급인공강우계획」을 주의회에서 통과시켜 주지사인「딕시·리」씨가 서명하기에 이른 것. 「워싱턴」주는 이 입법조치를 근거로 인공강우를 만드는데 필요한 화학약품인「드라이·아이스」와 질산「암모늄」을 적재한 DC-3 전세기로「케시케이드」산 일대에 인공강우를 시도했다. 일이 이렇게 진전되자「아이다」호 주를 비롯한 서북부의 주들은『가뜩이나 메마른 이때「워싱턴」주에서 비구름을 모두 써 버리면 다른 주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나』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이것은 분명히『구름 도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워싱턴」주를 비롯한 인공강우 찬성주들은『기후나 기상을 조절할 법적 역사적 권리는 주에 소속된 것이 아니다』고 맞섰다.
「아이다」호 주의 법무장관「웨인· 키드웰」씨는「워싱턴」주를 연방 대법원에 공심죄로 제소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29개주가 여러 가지 형태의 기상 조절법을 입법화하고 있으며 이번「아이다호」주에 의한 대기소유에 관한 소송을 계기로 언젠가는 연방정부가 기상조절을 허가제로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애리조나」대학의 기상조절법 전문가인「레이· 데이비스」박사는『인공강우 때문에 다른주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은 입증하기 힘든 문제다』고 전제하면서『현재 상무성에서 이 기상조절 허가제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만인이 공유해 온 하늘의 구름이 현실적으로 누구의 소유인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제 바다뿐만이 아니라 대기를 포함한 하늘에까지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각박한 현실만은 확실하다. 【뉴요크=허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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