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대학의 중간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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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몇년간 문교부는 중학 입시제 폐지, 고교입시의 연합고사화, 실험대학을 통한 고등교육 개혁 등 각급 교육을 개선시키기 위한 과감한 조처들을 계속 시행해 오고 있다. 이중 학력의 하향 평준화라는 문젯점을 안고있는 중·고교개혁은 입시제도와 관련한 부분적인 개혁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실험대학제를 통한 고등교육의 개혁계획은 그 영향이 대학기능의 거의 전면적인 재편성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된다는 점에서 막중한 의미를 갖고 있다. 73년 이 제도를 10개 대학에서 처음 실시하기로 했을 때 일부 고등교육 전문가들이 이를「대학교육의 혁명」이라고 했던 것은 결코 과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시 5년째를 맞이한 이때 그간의 경과를 검토해 보면 과연 이 제도가 이 나라 대학교육의 장래에 혁신적인 개선의 가능성을 제시했는지는 회의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계열별 모집으로 학생의 희망학과 배정, 졸업학점 인하로 종전보다 축소된 전공과목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강의가 실시되었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밖에도 능력별 졸업에 따른 우수학생의 조기 졸업제도, 보다 넓은 학문적 시야를 갖게 하기 위한 부전공제도, 취업기회의 증대를 위한 각종 보완조치로. 당초 문교부가 이 실험대학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던 근본취지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주장할 만한 실속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설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열별 모집의 결과로 인기학과에 대한 3∼4대1의 높은 편중 지원 현상이 격화되어 이른바 비인기 학과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등 역효과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졸업 학점의 인하로 강좌 수를 줄여 교수와 학생에게 모두 보다 충실한 강의와 면학활동을 보장케 하려던 당초의 취지도 대학들의 무성의로, 교수와 조교 요원의 확보 부실, 연구시설 및 도서관 등의 확충 등 대응조치가 따르지 않아 사실상 실험대학제도를 실시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한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부전공제도 역시 본래는 인접 학문분야에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이 이를 취직의 방편으로만 생각하고 그나마 일반 사회 기업체의 인식미비로 부전공을 인정치 않아 이 제도는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이밖에 강의를 통해 교수와 학생 상호간의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근본적인 사실도 왜곡되어, 강의를 받지 않고도 특별 시험만으로 학점을 취득케 하는 등「캠퍼스」에서까지 능률만을 강조하는 편견이 성행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실험대학제도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들을 견해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재검토가 불가피 하다고 본다.
우선 인기학과 편중을 막기 위해 비슷한 학문 분야만을 묶어 계열을 세분화하는 방법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경영학과 인류학이 같은 사회계로 분류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비인기 학과에도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구미 각국처럼 대대적인 장학금을 제공, 학자로 만드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학점이 줄어든 대신 충실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 대학 당국은 교수와 조교의 확보 및 연구시설의 확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대는 재정상태가 극히 악화, 실험대학 요건을 갖추기에는 실험실습 기재와 도서 확보에도 힘겨운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문교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세째, 학생들의 부전공에 대한 그릇된 인식도 바로 잡혀야겠지만 일반 기업에서도 부전공을 전공과 똑같이 인정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설치돼야 한다.
요컨대, 문교부는 지난 4년간의 보험대학실시 성과를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좀더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대학다운 대학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가능케 하기 위한 재정대책·정원대책·교수확보 문제 등에 대해 문교부는 그 책임 하에 좀더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세워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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