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한국과 충분히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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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지미·카터」미 대통령은 10일 상오6시30분부터 45분 동안 박동진 외무부장관과 회담을 같고 미국은 주한미군철수 계획을 검토중이나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한국과 충분한 협의를 가질 것이며 대한공약은 계속 준수된다고 확인했다.
「카터」대통령은 주한미군철수 문제에 관한 한 직접 당사자는 한국이며 한국의 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77년부터 81년까지 계속되는 한국의 전력증강 계획을 적극 지원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카터」대통령은 박 장관에게 가까운 장래에 박정희 대통령과 만나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를 희망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카터」와의 회담을 마치고 밖에 나와서「홀브루크」국무차관보에게「카터」대통령이「아시아」여행을 하게되면 한국을 방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홀브루크」차관보는 그야 두말 할 여지도 없는 일이지만「카터」대통령은 당분간 외유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고 대꾸하여「카터」대통령을 직접 초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터」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을 대단히 서서히, 대단히 신중하게 진행시키겠다는 종래의 발언을 재확인하면서 북괴와는 단독으로는 살대로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회담 후 한국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카터」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정세를 설명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동북「아시아」전체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카터」대통령은 또 한국의 인권 문제에 언급, 미국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인권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국내 여론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특히 미 의회에서 한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말이 많음을 지적했다.
「카터」대통령은 박대통령의 인격을 깊이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발전, 한국민의 근면성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고 한국의 발전상은 전세계 정치 상황에서 희망적인 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하오4시(한국시간 상오6시) 백악관에 도착할 박 장관은「브레진스키」안보담당보좌관과 요담하면서 주한미군철수 문제에 있어서 아직도 불안한 주변 정세를 고려해 줄 것을 희망했으며「브레진스키」보좌관은 NSC(국가안보회의)가 지금 작성하고 있는 주한미군철수 계획의 연구는 장기적인 정책수립을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카터」대통령과 박 장관의 회담에 배석한 한국측 인사는 함병춘 주미대사와 박쌍룡 외무부 미주국장이었으며 미국측 인사는「브레진스키」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 「스나이더」주한 미 대사, 「밴스」국무장관, 「홀브루크」국무성 차관보와「아마코스트」국가안보회의「아시아」담당자였다.
박 장관과「카터」대통령은 본격적인 토의에 들어가기 전에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나란히 서서「사진용 대화」를 교환. 박 장관은 박정희 대통령의 안부를「카터」대통령에게 전하고「카터」대통령은 박대통령에게 안부 전달을 요청했다.
박 장관이「카터」에게서 받은 인상은「카터」가 시종 조용하고 정중하고 점잖았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사진 찰영때의 짧은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카터=오늘 아침 내 기자회견을 보았는가.
박=보았다.
카터=한국부문 이야기도 들었는가.
박=들었다.
카터=미국대통령이 한국 외무장관을 이렇게 만나는 것이 한반도 관계의 표현이다.
박=고맙다.
카터=인권문제로 한미 우호관계에 균열이 와서는 안된다.
박=그게 바로 북괴가 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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