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안팎의 시련<프롤로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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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기업은 거센 시련과 비판의 격랑에 동요하고 있다. 「오일·쇼크」후 물가 광란을 계기로 기업 죄악론이 고개를 들어 공명·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자원 파동과 그 뒤의 장기 불황은 전면적인 감속 경제를 초래, 기업은 새로운 환경적응에 몸부림치고 있다. 감속성장에 따른 내부 갈등도 심하다.

<국유화 물결 넘실>
「인플레」와 장기 불황에 대한 사회적 불만은 우선 기업에 집중된다. 물가를 올리고 실업자를 내는 원흉으로 기업은 원망을 받고 있다. 「뉴요크」의「월」가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런던」의「시티」에도 국유화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은행과 보험회사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노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당 정부를 멀리 할 수도 없다. 서독에선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도 기업에 대한 정부규제는 강화일로에 있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법률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이제 기업 경영을「체크」하는 것은 경영자가 아니라 법률가다』란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워싱턴」의 연방거래위 청사 앞엔 폭주하려는 말(마)을 사람이 겨우 불잡고 있는 석상이 있다.
기업의 횡포를 정부가 규제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젠 붙잡고 있는 정부의 힘이 너무 강해 오히려 맡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웃 일본에선 기업 비판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다. 물가 광란땐 상사 망국론까지 나오더니 작년의「록히드」사건 등을 계기로 기업 성악설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은 근원부터 나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이윤 추구 기능보다 사회적 뇌임이 강조되고 독점 금지법의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기업을 보는 눈은 곱지 않다. 규제도 그만큼 심하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흥하다』는 말이나「악덕기업」이란 단어가 저항하고 있다. 자유경제 체제에서의 기업의 역할이나 사회적 기능이 퇴색하고 기업의 폐해와 사회적 뇌임이 훨씬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선진국의 기업과는 다른 고민이 있다. 선진국에 비해 노사문제가 훨씬 쉽고 아직까지는 사람을 골라 쓸 수 있다. 기업 경영권의 타율적 침해나 경영자의 의욕상실은 크게 심각한 문제까진 안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 부각>
또 정부의 과잉보호 속에 단시일 내 거대한 부를 쌓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을 보는 사회의 차가운 눈, 소비자와의 거리, 정부의 입김에 의한 부심의 결정, 사회적 뇌임의 강한 요망 등은 한국기업을 뻐근하게 누르고 있는 명예이며 숙제다. 한국 기업들은 정부의 집중지원에 의해 많이 컸지만 이젠 정부의 너무 자상스러운 관여가 주체스럽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성장하면 보호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것과 같다.
사실 기업의 대형화·국제화에 따라 일일이 손을 잡고 이끄는 지도보다 원칙이나 규범의 제시가 더 소망스러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은 상당히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갈등, 합리적 상업주의의 미정립, 기수의 본질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동요, 정부 관여적 시혜에 대한 미련, 노사문제의 대두로 인한 충격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과도적 전환기다. 최근의 민간 시설투자의 부진도 이러한 기업의 방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업의 본질과 사회적 기능·소망스러운 기업상·기업의 고뇌와 몸부림·기업의 살아갈 길 등에 대해서 세계적인 조류나 한국의 현상 및 장래를 널리 의견을 들어 모색해 본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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